우리 회사에 로버트 드니로 같은 시니어 인턴이 온다면? [영화로 풀어보는 스타트업 이야기]

입력 2023-03-24 08:00   수정 2023-03-24 08:11

[한경잡앤조이=이희용 와디즈 생태계육성팀장] 2월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함께 급격하게 진행되는 저출산 초고령화로 인해 국가 차원의 성장 동력 확보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인구 문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여러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영유아 대상이나 교육 분야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은 급감하는 마켓 사이즈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해외 진출이나, 다른 사업 분야로의 확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들 역시 ‘기업’으로서 경영 활동에 필요한 인력 확보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요. 현재는 유아동 시장과 대학 정원 이슈로 발생하는 인구 부족 문제는 불과 몇 년 뒤에는 기업 차원의 노동력 확보 이슈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가오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이슈와 관련해 생각해 볼 만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여주인공 ‘줄스’는 창업 1년 반 만에 임직원 220여명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창업자이자 30대 CEO입니다. 사내에 도입된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0세의 ‘벤’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되면서 발생한 이야기들을 다루는 영화인데요. 처음에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직장 상사와 인턴의 관계를 넘어 멘토이자 파트너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점차 확대되는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은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게 직업 활동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경력 단절, 은퇴 이후에도 직업 활동을 통해 역량 개발과 사회 활동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시니어 인턴 제도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총 264개의 시니어인턴십 수행기관이 총 1만 2,437개의 기업을 발굴했습니다. 이를 통해 약 4만 3,000명의 어르신이 인턴 과정을 통해 취업으로 연계되는 성과를 달성했고, 총 430개의 취업알선형 수행기관(대한노인회,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등)이 사업을 운영해 7만 여명의 어르신을 취업 연계했습니다. 2023년에는 14만 3,000개 규모의 일자리로 확대될 예정이고요.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요. 국내 역시 노인계층에 대한 일자리 복지 차원을 넘어, 급감하고 있는 인구 구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신생 조직으로서 시니어 인턴의 경험과 네트워크 활용 기대
스타트업 관점에서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통한 기대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영화 <인턴>의 영문 포스터에 있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바로 ‘Experience never gets old.’ 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수십년 간의 사회생활 경험을 통해 몸 담았던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와 폭넓은 네트워크 그리고 조직 생활에 대한 노하우는 분명 시니어 인턴 분들이 갖고 있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저희 팀 내에서 팀장인 저보다 10살 가까이 나이가 많은 멤버들과 일한 경험이 있는데요. 팀장으로서 열정은 넘치지만 관련 경험이나 전문성 등 저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줘 정말 감사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앞으로 본격적인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압축 성장기의 경험과 근면성실함으로 산업화 시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키워드가 등장할 정도로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희망하는 세대 특성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고속 성장을 만들어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시니어 분들의 경험과 네트워크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시니어 인턴 제도 활성화를 위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
물론,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 도입과 관련해 고민해야 할 문제도 많습니다. 영화 <인턴>에서도 나온 장면처럼, 시니어 인턴이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채용된 스타트업에서 다루는 최신 기술이나 마켓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를 끊임 없이 쌓아야 하고,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업무 솔루션 도구에 대해서도 학습이 필요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시니어 인턴 채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노하우)에 대한 기대 효과보다 직업 훈련을 시키고 적응시키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크다면 지속가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대 간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에 따른 세대 갈등 이슈에 대한 고민이 필수인데요. 스타트업 특성상 기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대비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갖는 경향이 있어 시니어 인턴과 스타트업 구성원 사이에 원활한 협업 문화를 잘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치 영화 <인턴> 초반에 나왔던 ‘줄스’와 ‘벤’의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이 충분히 발생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교적 문화에 따라 연령에 따른 존대(공경) 문화가 서구 사회에 비해 더 강하게 남아있는데요. 이런 문화적인 부분은 특정 세대만의 과제가 아니라 다같이 어울려 일하고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와디즈파트너스 오피스에 시니어 인턴 멤버가 함께 일하는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막상 시니어 인턴과 일하려는 생각을 하니, 저 역시 익숙했던 근무 환경에 참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반면에, 30대 초반의 팀장으로서 조직 생활이나 투자 업무에 대한 전문성 등등 와디즈파트너스의 ‘벤’에게 조언을 구해보고 싶은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시니어 인턴에 대한 고민은 마냥 영화 속에서만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야 할 대한민국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회사, 그리고 팀은 출근을 앞둔 시니어 인턴 ‘벤’을 맞이할 준비가 되셨나요? 경험 많은 70세 인턴이 출근하며 인사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이희용 님은 와디즈파트너스에서 투자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다 보니, ‘매일 쏟아지는 새로움’과 만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시장,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투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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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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