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일시금 韓 96% vs 美 2%…"한번에 받으면 페널티 줘야"

입력 2023-03-26 17:53   수정 2023-03-27 01:32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연금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입자들이 대부분 중간정산으로 돈을 빼내고 일시금으로 수령하면서 노후 소득 보장 수단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저축 상품’처럼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도 퇴직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3층 연금 구조’를 이루는 퇴직연금의 본래 기능을 되살려야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집 사려고 대부분 중도 인출
26일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295조6000억원으로 전년(255조5000억원) 대비 15.5% 증가했다. 계속근로 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퇴직금보다는 퇴직연금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은행·증권사 등에 적립·운용되기 때문에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근로자의 퇴직급여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입자인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종신연금으로 받지 않고 일시금으로 꺼내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만 55세인 퇴직연금 수급 연령 요건을 충족해 수급을 개시한 퇴직연금 계좌 39만7270개 가운데 일시금으로 돈이 빠져나간 계좌가 38만286개로 95.7%를 차지했다.

중도 인출로도 매년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대부분 주택 구입 용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퇴직연금을 중도에 빼낸 가입자 중 주택 구입 명목 인출자는 3만 명(54.4%)으로 1년 전보다 1.8% 늘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역대 최대 인원이었다. 중도 인출 금액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전세보증금 등 주거 임차 목적으로 연금을 중도 인출한 가입자도 1만5000명(27.2%)에 이르렀다.
일시금 수령해도 페널티 ‘미미’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 적용되는 페널티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선 은퇴자가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했을 때 6.6~49.5% 세율로 퇴직소득세가 부과되지만, 근속연수 등에 따른 공제가 적용돼 실제 세금은 미미하다.

국세청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례에 따르면 20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퇴직급여를 1억원 받은 은퇴자가 이를 일시금으로 수령했을 때 내야 하는 퇴직소득세는 268만원에 불과하다. 중도에 인출해도 한국은 납입할 때 받은 세액공제 혜택을 반납하고, 운용 과정에서 불어난 금액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될 뿐이다.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 제도인 401k는 은퇴자가 퇴직연금 계좌에 있는 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연금계좌 운용 과정에서 적용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은퇴가 시작되는 60대의 경우 연금자산을 일시금으로 인출하는 비중이 2020년 기준 2%에 불과했다.

미국은 또 만 59.5세 이전에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면 소득세와는 별도로 수령액의 10%를 추가로 과세한다. 스위스는 아예 일시금 수령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호주는 20만호주달러(약 1억7000만원) 이상을 일시금으로 인출하면 최고 세율로 세금을 중과한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도 인출과 일시금 수령 규제를 강화하고 긴급자금은 퇴직연금 대출을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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