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으로 포도밭 딸린 유럽 대저택 살 수 있다는데…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3-27 07:00   수정 2023-03-27 09:54

넓은 들판에 펼쳐진 포도밭(vineyard)과 와이너리(winery)가 딸린 대저택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답니다. 팬데믹 이후 급격한 금리 상승과 원가 폭등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탓입니다. 일단 가격이 저렴합니다. KB국민은행의 2월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격(12억5000만원)보다 낮은 곳이 수두룩합니다.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살 돈이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은 물론 미국과 아르헨티나 같은 세계 유명 와인 산지의 그림 같은 집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혜택도 큽니다. 대부분의 와인생산국들은 외국인이 이런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장기거주비자 신청이 가능합니다. 영리사업 또한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주요 와인생산국가의 와이너리 매물 시세가 떨어지는 추세랍니다.

서울의 아파트 한 채 가격도 되지 않는 이 저렴한 매물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렴한 초기 투자비용만을 생각하기엔 매입 이후의 운영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을 활용한 사업은 끊임없는 협상을 하면서 운영해야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허가와 직원고용, 라이선스, 보험 같은 사업 수행이 뒤따르게 됩니다. 따라서 12억5000만원이 아닌 몇배의 자금이 더 소요될 수 있습니다. 최근 와이너리들이 와인 생산 대신 전원풍경을 중심으로 한 숙박사업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큽니다.

한때 중세시대의 고성이 매물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 가격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홍콩의 방 한 칸 아파트 가격이면 중세시대 이탈리아의 고성을 무려 두 채나 살 수 있었습니다.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에는 폴란드가 중세 고성 140채를 시민권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매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유적지의 경우 보수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민영화의 방편으로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겁니다. 쉽게 말해 더 이상 유지관리가 쉽지 않기에 헐값으로 판매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차 관행이 바뀌는 중이라 부동산자산관리(real estate asset management)에 대한 개념은 그동안 없습니다. 하지만 월세시대에는 상업용부동산 뿐만 아니라 주거용부동산에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최근 난방비가 많이 올라 아파트 관리비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지만 예전에는 이를 직접 납부하지 않는 세대원의 경우 관리비가 얼마인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관리비와 같은 요소는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을 낮추는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특히 급격히 월세로 바뀌고 있는 우리의 임대차시장을 생각하면 아파트 상품에도 하루빨리 관리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할 겁니다.

아파트의 경우에도 작년 월세비중이 40%를 넘었습니다. 고가 월세도 2021년과 비교하면 36%나 증가했습니다. 소형, 중대형을 가리지 않고 월세부담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은 아파트의 경우에도 기존의 연립이나 오피스텔과 같은 상품과 마찬가지로 월세 관리가 필요하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3가지입니다. 그 중 선진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수익환원법’입니다. 부동산을 소유하고 활용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률을 요구수익률(대부분 금리+알파)과 비교하는 겁니다. 100% 순수 월세는 아니더라도 월세시대가 다가오면 과거 ‘거래사례비교법’과 같은 방법보다는 부동산 가치를 평가할 때 수익환원법이 대세가 될 듯합니다. 아파트를 매입해서 내 집 마련을 계획중인 분들도 이제는 수익률을 먼저 따져 보기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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