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다 굳건했던 비트코인"…다낭에서 만난 미래는 [한경 코알라]

입력 2023-03-27 11:18   수정 2023-03-27 11:28



3월 27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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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24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라이트닝콘(Lightningcon)’ 행사에 다녀왔다. 라이트닝콘은 베트남과 캐나다에 기반을 둔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 결제 서비스인 뉴트론페이(Neutron Pay)와 베트남 법정화폐와 암호화폐를 교환해주는 거래소인 ‘비트코인 베트남(Bitcoin VN)’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컨퍼런스 주제는 당연히 비트코인을 빛의 속도로 빠르게 전송해주는 레이어 2 기술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였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인 개발자들과 사업가들은 이틀간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미래에 대해 담론을 나눴다. 비트코이너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는 유명인사들도 꽤 많이 참석했다.

우선 행사장에 많은 한국인들이 보인점이 놀라웠다. 물론 베트남 다낭은 한국에서 유명한 휴양지이고 지리적으로 그리 멀지도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방문하기 좋은 여건이긴 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작은 규모의, 그것도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아직은 생소한 기술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줄은 몰랐다. 역시 한국인들은 선진 기술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앞서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라이트닝콘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발표와 패널 토론이 진행되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기술적인 면과 발전 가능성, 그리고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이 벌어졌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위에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 레이어 3 프로토콜인 ‘타로(TARO)’의 개발사로 유명한 ‘라이트닝 랩스(Lightning Labs)’의 엘리자베스 스타크(Elizabeth Stark) CEO를 비롯하여, 비트코인 개발자이자 오피니언 리더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피터 토드(Peter Todd)와 지미 송(Jimmy Song), 그리고 본인 이름을 딴 팟캐스트 채널을 운영하며 많은 비트코이너들의 스토리를 전하고 있는 스테판 리베라(Stephan Livera) 등이다.

전문가 토론과 발표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주제는 역시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은행 시스템 실패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버게이트 은행, SVB 은행, 그리고 시그니처 은행이 뱅크런으로 인해 연달아 문을 닫으며 소위 ‘트리플 S 사태’라는 별명을 얻은 이번 은행 사태는 물론 미 연준이 위기에 빠진 은행들의 긴급 구제에 나서며 빠르게 진화되기는 했지만, 사람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미국의 은행도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라이트닝 랩스의 엘리자베스 스타크 CEO는 패널 발표에서 “비트코인은 한때 은행들에게 위험한 자산으로 취급되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은행들이 비트코인에게 너무 위험한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논평했다. 가격 변동성은 있지만 어떠한 대내외 이벤트에도 흔들림없이 유지되는 비트코인과 다르게 작은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도 휘청거리는 은행 시스템의 취약한 면을 비판한 것이다.


라이트닝콘은 약 100여명 안팎의 인원이 참석한 소규모 컨퍼런스였지만 바로 그 때문에 참가자들은 더욱 효과적으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행사가 진행된 푸라마 리조트(Furama Resort)에서 숙식도 함께 해결했는데, 덕분에 행사 외 시간에도 오며가며 계속해서 마주치게 되어 서로 인사를 나누고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그리고 유럽까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니 다른 국가의 암호화폐 시장 동향과 규제 문제에 대한 정보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글로벌 동향을 파악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지미 송에게 배운 비트코이너 라이프
지미 송(Jimmy Song)은 비트코인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잘 알려진 유명인사다. 오래전부터 오픈소스 개발자로서 비트코인 코드 개발에 기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프로그래밍 비트코인(Programming Bitcoin), 마이 리틀 비트코인 북(My Little Bitcoin Book)등 비트코인 공부에 유용한 인기 서적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지미 송은 행사 마지막날 진행된 ‘비트코인과 선과 악의 대결’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서 ‘확신(Conviction)’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것을 선하다, 또는 악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때로는 스스로를 편협한 생각속에 가두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남들에게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스스로 어떤 문제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가지지 못하고 무엇이든 어떤 의견도 수용할 가치가 있다는 아닐한 생각에 갇히는 것이야말로 아무런 발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이민자 출신으로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대부분의 인생을 거기에서 보낸 인물이다. 동양인 외모를 가졌지만, 텍사스 거주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카우보이 모자, 가죽 벨트와 가죽 부츠를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는 비트코인과 관련해 확신에 찬 어조로 강한 발언을 하여 이슈가 되곤 한다. 라이트닝콘 행사장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독특한 스타일과 과거의 공격적인 발언들로 인해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그러나 행사 기간 동안 그와 여러 차례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그동안의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여러 면에서 본받을 만한 훌륭한 인물이었다. 4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여섯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방과 늘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다. 항상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해 주었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좋은 대화를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언제나 자신이 생각하는 비트코인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진심을 다해 설파했으며 다른 사람의 의견도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는 건강한 신체와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전형적인 비트코이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와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비트코너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라이트닝 노드 운영의 장점
행사장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 인사처럼 묻는 말이 있었다. “안녕! 네가 운영하는 노드의 알리아스(Alias)는 뭐니?”. 알리아스는 자신이 운영하는 라이트닝 노드에 부여한 닉네임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주제로 열린 행사 답게 참가자들 중에는 직접 라이트닝 노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본인이 운영하는 노드의 알리아스를 서로 공유하는 이유는 나중에 서로 채널을 열기 위해서다.

채널은 일종의 고속도로 톨게이트라 생각하면 된다. 비트코인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는 고속도로를 라이트닝 네트워크라고 한다면 비트코인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동안 거쳐가는 톨게이트가 바로 채널이다. 차를 타고 톨게이트를 지날때 비용을 납부해야 하듯이 비트코인도 채널들을 지날때 소정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바로 이 수수료가 라이트닝 노드를 운영하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인 셈이다.

물론 현재 개인이 라이트닝 노드를 운영하며 유의미한 수익을 얻는기는 어렵다. 라이트닝 노드는 계속해서 비트코인을 투입하여 새로운 채널을 열어야 비트코인이 더 자주 지나다니게 되면서 더 많은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늘릴 수 있는 비트코인 수량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노드 기기는 마치 서버를 관리하듯 꾸준히 돌봐주어야 문제없이 네트워크에 접속해있을 수 있는데 직장에 다니는 등 집중해야 할 일상생활이 있다면 아무래도 24시간 신경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채널을 아는 사람끼리 서로 여는것이 효율적으로 노드를 운영하는 방법중에 하나다. 채널에 투입할 비트코인 수량이나 채널 수수료 등을 서로 대화를 나누며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닝 노드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더 잘 작동하게 된다. 아는 사람들과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이 생물을 더 수월하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번 라이트닝콘에는 일본에서 대규모 라이트닝 노드 커뮤니티인 ‘다이아몬드 핸즈(Diamond Hands)’를 운영하는 한 비트코이너도 참여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노드 운영에 대한 귀중한 노하우도 얻을 수 있었으며 앞으로 서로 한국과 일본의 라이트닝 노드 운영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등 다양한 협업을 해보기로 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규모 (Capacity)가 어떻게 빠르게 확장하는지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다낭에 싹튼 비트코인 해변 운동
이번 라이트닝콘의 메인 아젠다는 ‘왜 비트코인이 동남아시아에 꼭 필요한가’ 였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는 빈곤층 국민이 7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을만큼 가난한 사람이 아직도 많다. 이들이 가난을 벗어나려면 비트코인을 지금부터라도 꼭 알고 공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행사 참여자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비트코인이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것은 분명하다. 원래부터 어려웠던 경제 상황에 화폐 구매력 하락과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더욱 살기 힘들어진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의 역할이다. 비록 지금은 가격이 전고점 대비 많이 내려와 있지만,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희소성을 기반으로 다른 재화들 대비 상대적 가치가 오르는 특성이 있는 ‘경화’이다. 따라서 전 세계가 다시 돈 풀기를 시작하면 그 전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베트남에는 이미 수많은 모바일 핀테크 앱이 공존하고 있다. 다낭 시내에 있는 식당이나 식료품점에 가보면 카운터에 기본적으로 3~4개의 서로 다른 결제용 QR 코드가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 사용에 익숙한 베트남 국민들인 만큼, ‘월렛오브사토시', ‘블루월렛' 등 비트코인 전용 지갑 앱을 사용는 법도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런 핀테크 앱들을 이용할때 소득의 일부분이라도 좋으니 비트코인으로 바꿔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는 부분이다. 비트코인을 저축수단으로 활용하면 꼭 은행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예금이자를 받지 않아도 안전하게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나 인플레이션과 같은 거시경제 환경과 상관없이 하드코딩 된 코드에 따라 10분에 한 번씩 블록이 생성되고 블록 생성자에게 정해진 비트코인 보상이 주어지는 ‘number go up technology (숫자 상승 기술)’이다. 누구도 이 규칙을 바꿀 수 없고 멈출 수도 없다. 은행 계좌에 돈을 예금해놓고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이자만 받는 것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

다행히 베트남에도 엘살바도르에서 불었던 것과 비슷한 ‘비트코인 해변’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라이트닝콘을 계기로 베트남 다낭에 있는 유명 숙박 시설과 식당들 중 일부가 비트코인 결제를 받기로 했다고 들었다. 이를 발판삼아 베트남이 제 2의 엘살바도르로 발돋움하길 기우너해 본다. 베트남과 동남아시아가 불안한 은행 시스템에서 벗어나 번영하는 방법은 이제부터라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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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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