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아이 임신" 이유로…北 구금시설 '끔찍한' 실태 폭로

입력 2023-03-30 15:26   수정 2023-03-30 16:16


# 중국에서 강제 송환돼 구금시설로 이송된 임신 8개월 차의 한 여성. 시설 관리자는 '중국인 아이를 뱄다'는 이유로 분만유도제를 통해 출산하게 한 뒤 아이를 살해했다.

# 북한에서 '83호 병원'은 생체실험장으로 통한다. 조현병 환자나 정신지체 장애인 등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이들은 이곳에 강제로 보내져 산 채로 실험당한다. 가족 동의 하에 마약·도박 중독자도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북한 인권 실태를 담은 북한인권보고서가 30일 공개됐다. 445장 분량의 보고서에는 공개처형·강제노동·다층 감시·출신에 따른 차별 등 북한 주민들이 겪는 참상이 낱낱이 담겼다. 정부는 2017년부터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해왔으나 이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즉결처형과 사형이 빈번히 이뤄졌다. 2019년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밀수현장에 동원된 짐꾼이 절도를 하다가 북한 정보요원에게 현장에서 사살됐다. 2015년 강원 원산시에서는 16~17세 아동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됐다. 마약 거래·한국 영상물 시청 혐의가 있는 사람을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했다는 증언도 다수 나왔다.

북한 정권은 여러 겹의 감시 체제를 통해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봤다. 한 달에 한 번 가택수색을 실시해 한국 영상물 시청 여부 등을 점검했고 수시로 휴대전화, 서신, 복장 등을 검열했다. 당국의 하부 감시조직인 '인민반'은 주민들이 서로 실태를 감시·보고하게 하는 상호감시체제를 만들었다.

최고지도자나 노동당을 비난할 경우 일상적인 발언까지 높은 수위로 처벌했다. 2018년 함경남도에서는 일부 군인들이 노부부의 염소를 훔쳐갔고, 화가 난 할머니가 "남한 괴뢰군보다 못한 놈들"이라고 말하자 다음날 체포돼 정치범으로서 관리소에 보내졌다고 한다. 같은 시기 도당 간부가 사적인 자리에서 김정은 정권을 평가한 뒤 간부와 가족들이 함께 체포돼 행방불명됐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여성·아동·장애인의 기본적인 인권도 지켜지지 못했다. 학교·군대·돌격대(20~30대 준군사집단) 등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으나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았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다. 학생들은 여름 농사철 20일 연속으로 휴일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강제 노동에 동원되기도 했다. 선천적 왜소증 장애인 여성의 출산을 막기 위해 2017년 강제로 자궁을 적출당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보고서는 탈북민 508명이 2017년부터 5년간 경험한 1600여개의 인권침해 사례에 바탕해 만들어졌다. 탈북민이 직접 겪은 사례를 중심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도 참고했다. 북한 인권 전문가와 기존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법률 전문가들의 검수도 거쳤다. 아울러 이전 북한인권보고서에 포함됐으나 공개되지 않은 사례도 포함됐다.

정부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2018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발간해왔지만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이를 비밀 문서로 분류해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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