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할많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근로시간제도 개편을 놓고 뭇매를 맞고 있는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요즘 자주 하는 말이다. 누가 들을세라 큰소리로는 못 하고 한숨 속에 담아 내뱉는 푸념이다. “지난해 기말고사 때는 답을 잘 썼다고 칭찬하더니 불과 몇 달 만에 답안지가 엉망이었다며 다시 써오라며 혼내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고용부가 입법 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입법예고 기간에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거쳐 만든 확정안을 입법 예고한 지 8일 만의 일이었다.
물론 대통령만 탓할 일도 아니다. 고용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미노연)의 권고문을 토대로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당초 일부 언론이 장시간 근로의 부작용을 우려하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극단적인 프레임’이라고 강변해왔다. 그러더니 지난달 발표에서는 근로일간 11시간 휴식을 전제로 한 ‘주 69시간’과 근로일간 휴식 시간 규정이 없는 ‘주 64시간’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옵션을 버젓이 명시했다. 뿐만 아니다. 이번 근로시간 개편 논란의 핵심인 “있는 연차도 다 못 쓰는데 장기휴가가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우려에는 이렇다 할 보장 장치에 대한 신뢰를 주기보다는 ‘제주 한 달 살기’만 강조한 것도 고용부다. 명백한 과정 관리 미숙이다.
근로시간 개편은 윤석열 정부의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 중 1호 과제였던 노동 개혁, 그중에서도 첫 번째 세부 과제였다. 노동 개혁 과제로는 너무 지엽적이지 않으냐는 비판이 많았지만, 정부는 그때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전문가들을 독려해왔다. 그랬던 개혁 과제가 노동계의 반발도 아닌, 정부 내 엇박자로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런 식이라면 진짜 노동 개혁은 해볼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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