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일치 딜레마' 김기현號 "외연 확장 못하면 총선 위기" [양길성의 여의도줌인]

입력 2023-04-05 16:54   수정 2023-04-05 17:16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되도록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 발굴은 미비한 데다 당 내부에선 김재원 최고위원의 연이은 실언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치권에선 당 지도부를 ‘당원 100%’ 투표로 꾸린 것에 따른 한계란 지적이 나온다. ‘당정일체’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정책·정무 측면에서 외연 확장에 한계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빈손 뿐인 정책
최근 여권에선 정책 분야에서 당의 성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정협의회를 열어 ‘근로시간 개편’, ‘전기료 인상’ 등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31일 당정협의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연 근로시간제 개편 관련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조찬 간담회에서도 “국민 6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의견을 더 듣겠다”는 결론을 내놨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제 개편은 ‘주69시간 근로제’로 인식돼 거센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정치권에선 비판 여론을 의식해 ‘눈치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3일 출범한 ‘민생119' 특별위원회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특위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시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조 최고위원은 “여성분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특위)가 논의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생119 회의에서 나온 몇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 선전·선동을 벌이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적었다.

특위 출범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초선의원은 “정책위가 가동되고 있는데 민생 특위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특위에서) 다루는 정책 범위가 광범위하다 보니 갈피를 못잡는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실언에 곤욕

내부에선 최고위원의 실언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을 두고 극우 성향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한 달간 최고위원 회의 참석, 언론 출연 등 모든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발단은 김 최고위원이 라디오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한 라디오에서 “4·3 기념일은 3·1절, 광복절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야당이) 공격하는 자세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에도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 단체 ‘북미자유수호연합’이 개최한 행사에 초청 연사로 나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주장해 비판을 받았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지난 2월 '4·3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고도 전날 최고위 회의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당 내부에선 이들의 실언이 중도층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원 100% 투표'의 한계?

리얼미터가 지난달 27~31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0.8%p 내린 37.1%다. 전당대회가 열린 3월1주차(44.3%) 이후 지지율이 줄곧 떨어지고 있다. 통상 전대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당원 100% 투표’로 지도부를 뽑은 것에 대한 부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당헌당규를 고쳐 이번 지도부를 당원 100% 투표로 뽑았다. 대통령실과 당이 ‘원팀’을 이뤄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다만 ‘당정일치’ 체제가 당의 외연 확장성을 도리어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도부가 지지층만 바라보다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당이 주도권을 갖기 보다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당의 동력이 좌지우지되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오직 개인기로 당 대표가 된 것은 아니다 보니 리더십이나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고, 대통령실에 힘이 더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선 ‘총선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당원 투표만으로 지도부를 뽑다보니 지도부의 대중 인지도가 낮다”며 “지금 있는 의석(115석)이라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한 친윤계 인사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인 모습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친 건 맞다"며 “집권 여당인 만큼 중도 확장에 실패하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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