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황에 생존 위협받는 중기·자영업…최저임금 올릴 때 아니다

입력 2023-04-05 17:39   수정 2023-04-06 00:27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의 막이 올랐다. 오는 18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첫 번째 전원회의를 앞두고 노동계는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보다 24.7% 많은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주휴수당을 반영하면 최저임금이 이미 1만원을 넘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최저임금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고금리와 경기 불황 등으로 전체 기업 고용의 8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상황이 임계점에 다다른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기업·소상공인 생활 안정을 위한 노란우산공제의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지난해 9682억원(9만113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을 닫은 소기업·소상공인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부도의 전조인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보유한 중소기업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3분기 1조2000억원에서 4분기 1조7000억원으로 한 분기 새 41%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대기업 여신의 부실채권 규모에 별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통이 영세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 중 절반(48.4%)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게 한국은행 조사 결과다.

자영업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자영업자 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 1000조원을 훌쩍 넘긴 가운데 차입자 중 56.4%인 173만 명은 대출받은 금융회사 수가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로 드러났다. 10명 가운데 6명 정도가 추가 대출받기 어려운 한계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낙타 등을 부러뜨리는 마지막 지푸라기’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물가 상승률(9.7%)의 4배를 웃돌았다. G7(주요 7개국) 국가의 최대 5.6배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우리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대비 6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제도가 있는 30개국 가운데 8번째로 높아진 것은 그 결과다. 국내 노동생산성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과속이라고 할 만하다. 이런 과속 인상은 자영업자 몰락과 고용 참사 등 갖가지 부작용을 불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 결과,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75만6000명에 달했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12.7%다.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이 비율이 30%를 넘겼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375만 명 중 29.6%인 110만9000명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소규모 업체의 현실이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65만1000명에서 2021년 130만7000명으로 줄어든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398만7000명에서 420만600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최저임금 충격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직원을 줄이거나 키오스크(무인판매기),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46.6%는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감축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정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단순 일자리는 자동화기기로 비교적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인상 폭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에 따른 노동자의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 전반에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을 야기해 실질임금을 더욱 줄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고용과 소비를 악화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한다. 기업은 물론 일자리도 함께 줄여 모두가 패자로 가는 지름길이다. 파국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노·사·정 모두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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