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전해조 시장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향 [모니터 딜로이트]

입력 2023-04-12 10:23  

이 기사는 04월 12일 10: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자동차가 속력을 낼 때 전조등은 더 멀리 비춰야 하는 법”이라며, “세상은 확실히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예측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수소경제 역시 한 순간의 깜짝 유행, 그러니까 ‘Hype’이 아닌 ’Reality’로 실현 가속화 시점을 맞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수소 생산 누적 규모는 11백만 톤으로 전망되며, 이는 2020년 전망보다 64%, 2019년 전망보다 450%가 증가하여, 애초 시장 전망치를 빠르게 상회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나 석탄의 주요 성분인 탄화수소를 개질하여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지 않는 한, 인류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흐름에 부합하기 어렵다. 이처럼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재생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한 후, 이 전기를 이용하여 물 분해 반응을 일으켜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전기분해법이 바로 그린수소 생산 과정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예견했듯이, “’물이 미래의 석탄’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전해조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국제에너지기구 (IEA)와 유럽특허청(EPO)이 공동 발간한 수소 특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 간 청정트렌드에 의한 수소 특허 증가는 주로 수전해 기술 혁신의 급속한 증가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해조 기술은 현시점에서 순도 높은 그린수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자, 전해조의 성능 향상과 대형화, 운영 효율화 및 내구성 향상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는 가장 빠른 지름길 중 하나다. 국제에너지기구 (IEA) 역시 전해조가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발전을 통해 저탄소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며, 미국 에너지부 또한 전해조 기술이 10년 안에 청정수소 가격을 1kg당 1달러로 80% 낮추겠다는 수소 에너지 어스샷 목표 ('1-1-1')를 달성하기 위한 선도적인 수소 생산 경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전해조 설치 용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까지 전세계에 총 5.5GW의 전해조가 설치될 계획이며, 2030년에는 총 720 GW의 전해조가 설치되어 2021년 전세계 석탄발전소 용량 2,100GW의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기술 경합성이 높은 초기 단계지만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해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수소 사업 핵심 주자들 간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는 이미 전세계 전해조의 40%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규모의 경제, 학습을 통한 기술 향상, 공급자 간 경쟁 등을 통해 제조 비용을 점차 낮추어 전해조 설비용량을 현재 100MW 이하에서 2030년 25GW, 2060년 750GW까지 확대하여, 전세계 전해조 설비규모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국유기업 국가발전투자공사(SPIC)는 2027년까지 10GW의 전해조 설비 구축 계획을 밝혔고, 중국 최대 신재생에너지 업체 중 하나인 룽지그린에너지의 기술사업부 왕잉게 차장은 “중국의 기술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의 진보를 이끈 것처럼, 수소 장비 분야에서도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폭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며 최근 전해조 용량을 기존의 3배 이상인 1.5GW 급으로 대폭 확대했다. 한편, 10년 전 중국이 태양광 시장을 저가공세로 장악한 것에 대한 마켓 트라우마로 인해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선도적인 유럽 각국들이 수전해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중이다. 유럽 내 수소 강자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국가들은 2030년까지 보유할 전해조 설비 용량 목표를 각각 5GW 이상으로 설정하고, 각종 관련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서구 국가들이 고분자 전해질막 및 고체산화물 방식의 기술우위성 기반 점유 확대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중국 또한 알칼라인 전해조 시장에서 가격 기반 점유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한국의 수전해 기술은 선진국을 추격하는 단계이며, 상용급 수소 생산 기술은 상당히 지연된 상태이다. 글로벌 선도국 대비 알칼라인과 고분자전해질막(PEM) 기술 모두 10년가량 개발 착수가 뒤쳐진 상황이며, 수전해 성능 지표인 스택 효율과 스택 용량 측면에서 모두 열위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해조 기술력 강화와 생산 역량 확대를 둘러싼 기업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형 상업용 파워트레인의 선두주자인 커민스는 전해조 기업인 하이드로제닉스를 인수한 후 수소 엔진, 연료전지, 저장 탱크 등 다양한 수소 운송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산업용 가스의 강자인 린데는 영국의 전해조 기업인 ITM파워와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수전해 사업 협력 체계를 달성했다. 또한 티센크루프는 독일 정부의 지원을 통해, 전해조 생산 역량을 1GW에서 5GW로 증가하고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급망 최적화 계획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선도사들의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상위 업체 중심의 경쟁 구조가 더욱 공고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위 7개 전해조 기업들의 생산 역량 점유율이 2024년 43.9%, 25년에는 53.6% 이상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다면, 향후 3~5년 내에 글로벌 수전해 시장은 주요 경쟁구조가 공고화되고, 경쟁을 위한 위치 설정 역시 완료될 전망이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워지고,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도 더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긴장감 역시 글로벌 수소기업들이 전해조 투자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다.

수소 산업은 자동차, 선박, 항공, 열차, UAM, 소부장 산업 등과 융합하여 새로운 제품,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하는 등 다양한 혁신 활동에 따라 거대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정부 정책의 지속성과 수혜 범위, 시점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한 산업 복잡성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친환경성, 경제성, 기술력 관점에서 확고한 수소 기술이 많지 않고, 전반적 기술 성숙도도 발전의 여지가 더 많은 모습이다. Nel과 ITM파워 등 수전해 기업들의 경우, 수소 경제에 대한 시장의 폭발적 기대로 2020년 200% 주가가 상승한 이후, ‘21년 성장주 조정 국면 진입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수소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때로는 외부 시장 변동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불투명한 시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초기 성장 단계의 혁신 산업인 수소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시장의 흐름을 놓지 않고 주시하며, 파트너쉽을 통해 성장하는 시장과 기업에 대한 투자의 기회를 놓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피투자 기업의 성장을 인큐베이팅하고, 중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 경로를 확신 후 인수합병해가는 방법이 안전할 수 있다.

또한, 성장 시장으로서의 수소산업에 대한 기술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협력 파트너를 꾸준히 발굴해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부 전문기관 및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등을 활용하여, 차세대 수소 기술을 광범위하게 센싱·투자하고, 유연한 투자 및 출구 전략을 기반으로 인수, 매각 프로세스를 민첩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수소산업은 사업모델이나 기술이 아직 확고하지 않은 채, 다양한 대안들이 각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주도 면밀하게 관찰하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되는 산업인 만큼, 다양한 대안 기술들에 대한 포트폴리오 관점의 균형적 투자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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