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이 협력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해 잇따라 지원 사격에 나선다. 유럽연합(EU) 등이 완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공급망 ESG’ 기준을 지켰는지 따져보는 ‘공급망 실사지침’을 연내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협력사까지 챙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국내 산업계에 확산하면서 4대 그룹은 물론 HD현대, 효성 등의 계열사까지 ‘협력사 ESG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HD현대그룹은 지난해 5월 주요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부터 협력사 ESG 지원을 시작한 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당시 조선·해양업계에선 처음으로 ESG 생태계 조성을 위해 ‘상생협력기금’ 1억5000만원을 출연했다. 이후 올 1월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도 협력사 300곳을 대상으로 ESG 자가진단평가를 했고, 해결방안을 지원했다.
효성그룹 역시 지난달부터 11개 협력사의 ESG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6월까지 협력 업체의 교육·컨설팅과 친환경 인증 비용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LG이노텍도 협력사의 ESG와 탄소중립을 위해 1430억원의 동반성장 기금을 1월 마련했다.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실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물었는데 원청기업의 48.2%, 협력업체의 47.0%가 ‘별다른 대응 조치가 없다’고 답했다. ESG 경영의 가장 큰 장벽이 무엇인지를 묻는 항목엔 ‘비용 부담’(58.3%)과 ‘내부 전문인력 부족’(53.0%)이 각각 1, 2위였다.EU 규제에 대응 속도를 높여 ESG 공급망 관리에 성공하면 수출길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인도 등의 경쟁 기업보다 ESG 경영을 먼저 준비해온 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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