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도준우PD, '지선씨'까지…"6개월만 하려 했는데" [인터뷰+]

입력 2023-04-11 09:02   수정 2023-04-11 09:07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세계관이 이렇게 확장될 수 있을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간판급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지만, 최근엔 다양한 변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단순하게 후일담을 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세계관을 확장하며 영향력을 이어가더니, 유튜브 콘텐츠로 방송 편성까지 받아냈다. 지난 2일 시즌2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지선씨네 마인드'는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돼 누적 조회수 1500만뷰를 넘기는 돌풍을 일으킨 프로그램이다. 그 중심엔 도준우 PD가 있다. 도준우 PD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3년 가까이 담당했고, '엽기토끼와 신발장,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마지막 퍼즐' 등을 연출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은 도준우 PD가 "유튜브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고 자원하면서 해당 부서로 온 후 담당하게 됐다. SBS 목동 사옥에서 만난 도준우 PD는 "방송을 하다가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생겨서 왔는데, 첫 미션이 '그알'(그것이 알고싶다)이었다"며 "'처음엔 6개월만 하라'고 해서 했는데, 지금 4년째 하고 있다"면서 웃었다.

도준우 PD는 2008년 SBS 예능국으로 입사해 교양국으로 소속을 옮겼다. 대학 시절엔 드렁큰타이거의 공연을 보고 반해 힙합을 좋아하게 된 후 '돈춘호'라는 예명으로 랩을 쓰고 유튜브 채널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재미를 기본으로 하는 유튜브 감성과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적절히 아우를 수 있는 채널 운영자로서 적임자였던 셈이다. 실제로 도준우 PD는 유튜브 채널의 진행자이자 '웃음버튼'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로 2016년과 2017년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을 받았던 도준우 PD는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로 지난해 한국방송대상 뉴미디어프로그램제작부문을 수상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어서 예능 PD로 입사했는데, 방송이 끝나고 난 후 뭔가 '남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오래 일하지도 않았어요. 1년도 안 한 거 같아요. 그렇게 교양국으로 옮겼죠. '그것이 알고싶다' 연출을 할 생각도 없었어요. 잘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애청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정의감이나 사명감이 넘치지도 않아요. 그래도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매력이 있고, 보람을 느끼고, 사랑하게 된 거 같아요."

유튜브 채널을 처음 기획할 땐 "'그것이 알고싶다'의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욕을 먹지 않을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유튜브의 묘미는 가볍고, 재밌다는 점이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의 무게감을 무시하고 유튜브 화법만 따를 순 없었기 때문. 도준우 PD는 "'그것이 알고싶다'로 재밌긴 힘들지 않나"라며 "너무 가볍게 가면 애청자들에게 혼날 거 같고, 그래서 아주 조금씩 웃음기를 더했더니 반감이 없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얘기하는 코너도 만들어진 거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지선씨네마인드'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뛰어난 통찰력으로 감탄을 자아냈던 범죄심리전문가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가 '영화 애호가'였다는 건 그와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도준우 PD였기에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여기에 범죄를 다루는 토크를 하면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싶었다는 도준우 PD의 평소 고민을 풀어낸 지점이 '영화'였다. 범죄를 예능화하는 것을 봐야하는 시청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포착한 도준우 PD의 시선이 '지선씨네마인드'까지 이어진 셈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전에도 많은 영화 전문 콘텐츠들이 있었지만, '범죄심리학자가 분석하는 범죄 영화'라는 명확한 콘셉트는 단숨에 유튜브에서 인기 영상으로 급상승했다. 이후 방송으로 프로그램 영역을 확장했지만, 방향성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지선씨네마인드'가 시즌2로 돌아오면서 화려한 게스트들이 등장하지만, 도준우 PD는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교수님의 분석"이라며 "현장에서 분위기가 좋았더라도, 교수님의 분석이 있을 때 프로그램의 몰입감이 있어서, 편집점의 기준도 그 부분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2 첫 작품이었던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배두나가 "범죄자를 연기하기 위해 그들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조언을 구한 것에 대해 박지선 교수가 "그들에게 범죄는 일상이다"라는 답변하는 부분을 '미공개분'으로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도준우 PD는 "영화에 대한 교수님의 분석이 중요하다보니 그 내용은 아깝지만, 편집이 됐다"며 "그렇게 뺀 영상들은 앞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줄 생각이다"고 소개했다.

'지선씨네마인드'의 차별화에 영화인들도 관심을 보였다. 시즌2를 준비하면서 매회 게스트가 등장하는데, 모두 홍보와 관련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녹화가 끝난 후 "고정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까지 내비쳤다고.

"저희 섭외 담당 작가님도 놀라시더라고요. 유명 영화 리뷰 프로그램들도 홍보 목적 없이 게스트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신기했어요. 물론 일정상 거절한 분도 있었지만, 섭외 요청을 드렸을 때 모두 한 번에 '오케이' 해주셨어요. 유지태 배우님도 '애청자'라고 해주시고, 정만식 배우님도 '유튜브 때부터 봐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거의 그런 식이었어요."

인지도와 존재감은 상승했지만, 시즌2를 준비하면서 여전히 아쉬움도 있었다고 전하는 도준우 PD였다. 특히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공을 들였던 부분이 영화를 선정하는 부분이었는데,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하지 못한 작품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헤어질 결심'과 '기생충'도 강력한 후보였는데, 너무 최근 영화라 구매 제한이 걸리더라고요. 쓸 수 있는 소스가 넉넉지 않았어요. 가령 '기생충'의 경우 후반부 지하실이 등장하는 부분부터 쓰지 못하는 거예요. 그 뒷부분이 중요한 거잖아요. 외화는 '다크나이트', '조커', '인셉션' 등의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해외 대형 배급사는 (영상 사용) 판매를 안 하더라고요."

하지만 도준우 PD는 아쉬움을 채울 만큼 다채로운 영화들로 라인업을 구상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친절한 금자씨'와 '마더'를 꼽으면서 "박지선 교수님의 분석이 굉장히 날카롭다"며 "그런 부분들을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부산행', '빌리엘리어트'와 같은 다양한 장르들이 나오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심리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시즌1부터 2까지 1년이 넘게 이어진 '지선씨네마인드'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 다른 콘텐츠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도준우 PD는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하시는 전문가분들에게 한 번씩 연락드리고, 술을 사는 게 저의 또 다른 업무"라면서 "이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생각하지 못한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 '지선씨네마인드' 팀이 유튜브를 하던 팀이 그대로 하는 거라 방송과 유튜브를 동시에 할 여력이 안 돼요. 일단 방송이 마무리되면, 법의학자 유성호 서울대 교수님과 법의학자의 관점으로 조선시대나 과거 기록을 통해 사건을 재탐색하는 기획을 생각하고 있어요. 프로파일러 권일용 박사님과 함께했던 '스모킹권'도 다시 시작해야죠."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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