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ABB·신공항…24시간 잠들지 않는 대구 만든다

입력 2023-04-11 16:14   수정 2023-04-11 16:16

“모두가 2차전지(배터리)에 집중할 때 대구가 모터 산업을 준비할 줄은 몰랐다”

대구시가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모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특화단지 공모에 모빌리티의 핵심 부품인 모터 특화단지를 신청하자 전국의 산업계가 대구의 선택에 놀라고 있다. 민선 8기, 대구시가 5대 미래 신산업 육성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대구시가 암암리에 준비해온 모터 산업 ‘빅 픽처’가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모터 산업의 밸류체인을 형성해 온 대구의 성림첨단산업, 고아정공, 유림테크, 경창산업 등 앵커 기업들의 성장세가 폭발적인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 못지않은 도전정신을 가진 이들 기업이 내연기관 중심의 쇠락하던 자동차 부품도시 대구를 모터 생산기지이자 글로벌 모빌리티의 중심도시로 변모시키고 있다.
○미래 50년 ‘빅픽처’의 메가 프로젝트로 부상한 모빌리티 산업
다른 미래산업과 달리 2차전지와 모터 산업은 파급영향이 대구경제에 곧바로 나타나는 ‘현재진행형’의 산업이다. 지난해 1조 매출을 돌파한 2차전지 분야의 엘앤에프는 아직 조성이 완료되지도 않은 대구국가산단 2단계에 이미 공장(10만㎡)을 건축 중이다. 모터 본체(하우징)와 제어기 등을 생산하는 신생 창업기업 유림테크는 2018년 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700억원으로 100배 증가했다.

조현호 유림테크 대표는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2년 반 만에 700억원의 투자를 집중해 생산공장을 9만㎡로 확장했다”며 “국가산단에 최소 10만㎡의 산업 용지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도 대구 모터 생태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구시가 오는 10월 분양을 앞둔 제1국가산단 2단계(산업 용지 174만㎡)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제2국가산단(산업용지 141만㎡)을 신청한 이유다. 대구시는 제1국가산단(산업 용지 491만㎡) 지정 후 14년만인 지난달 1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대구 제2국가산단 후보지 지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대구경제의 심장인 산단 현장의 박진감 넘치는 이런 모습이 요즘 대구의 역동적 변화를 한 눈에 대변해주고 있다.

민선 8기, 대구를 이끄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3년 새해 벽두, ‘대구굴기’ (大邱起) 현판을 동인청사와 산격청사에 걸고 대구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대구시장에 취임하면서 대구의 5대 미래 신산업으로 ▷모빌리티(UAM 등) ▷센서 중심의 비메모리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AI, 빅데이터, 블록체인)를 선정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30년 8700조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터와 센서, ABB의 융합은 쇠락한 대구경제를 살릴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대구굴기 선언은 ‘모빌리티 굴기(起)’ ‘모터 굴기’ ‘센서 반도체 굴기’ ‘로봇 굴기’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대구시는 12일 소부장 모터특화단지를 신청하면서 대구 산업단지 전체를 아우르는 3000만㎡의 모터밸리 전략도 공개했다. 이승대 대구시 혁신성장실장은 “서대구산단부터 성서산단, 테크노폴리스, 대구국가산단 1· 2단계와 제2국가산단등 총 3000만 ㎡의 구역을 국내 유일의 모터밸리이자 글로벌 생산기지로 지정,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빌리티 모터 기업 집적화(모터혁신센터, 모터 기업특화단지(45만㎡)), 모터 핵심기술 고도화(4대 분야, 8대 세부과제), 모터 생산 구조고도화 등의 사업이 담겼다.

대구시는 모터와 함께 2차전지(엘앤에프), 충전기(대영채비), PVB(목적 기반 모빌리티,평화발레오) 등 4개 아이템을 대구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홍준표 시장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 미래 신산업 전략에서 발휘
홍준표식 대구 미래산업 육성의 또 다른 특징은 산업 중심의 단편적 접근에서 도시계획, 교통, 산업을 망라한 경제·사회 종합적 접근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홍 시장은 “모빌리티 산업과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그리고 대구공항 후적지의 두바이식 개발을 통해 대구를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홍 시장의 대구 그랜드디자인과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핵심사업이 되고 있다.

많은 기업과 지자체가 미래산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선점한 분야여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미래산업을 잡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모터산업과 비메모리 센서 반도체를 대구가 선점하면서 홍 시장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이 경제 분야에서도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의 뿌리산업부터 제조, 서비스까지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대구의 경제 사회를 모두 바꿀 수 있는 선택이라는 이유에서다.

홍 시장이 들고나온 또 다른 승부수는 센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대구시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센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센서연구소와 기업 전용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담당할 D-팹(사업비 300억원)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3일 국내 1위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기업)인 텔레칩스와 투자협약을 맺었다. 센서 반도체 중심의 파운드리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승대 실장은 “대구시의 비메모리 반도체산업 육성은 대구가 강점을 지닌 모터산업과 함께 자동차 부품산업의 미래 전환, 국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UAM 분야도 대구 미래산업에 포함됐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한화시스템, SK텔레콤 등과 UAM 시범사업 및 상용화,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신공항 건설뿐만 아니라 신공항과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미래 신교통과 UAM 산업을 대구가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ABB 산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시는 디지털 혁신거점 도시 지정, 블록체인 기술혁신센터, 국가데이터허브 등 1조4000억원대의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오는 9월께 신청할 계획이다.

홍 시장은 “대구굴기의 핵심은 경제성장이고 국가가 조성하는 제2국가산단은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거점으로 만들어 대구 미래 50년을 번영과 영광으로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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