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어린 날의 연경이와 또 제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을 하고 싶은 지금의 김연경이 한곳에 있다니…. 이루 말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네요.”지난 12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 6층 ALT.1(알트원)을 찾은 ‘배구 여제’ 김연경(35)은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담긴 그림 ‘김연경’ 앞에서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림은 지난 2월부터 개인전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를 열고 있는 프랑스 화가 다비드 자맹이 김 선수를 위해 특별히 작업한 것이다. 김연경은 “자맹의 화려한 색채와 분홍색으로 표현된 스파이크를 보니까 나조차 전율이 느껴졌다”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김연경을 색깔로 표현한 자맹의 작품세계에 놀랐다”고 말했다.
자맹은 이번 전시에서 김연경을 비롯해 김연아 손흥민 박찬욱 윤여정 등 한국의 대표 스타 5명을 직접 그린 ‘한국의 별’ 시리즈를 국내 관객에게 선보였다. 김연경을 대상으로 한 그림은 13일 온라인 콘텐츠 판매 서비스 ‘띵스’를 통해 자선경매에 나왔다. 김연경은 자선경매를 알리기 위해 전시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도 김연아가 자선경매를 위해 전시 현장을 찾았다.
김연경은 자맹이 ‘한국의 별’ 프로젝트를 의뢰했을 때, 가장 먼저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그는 “처음 의뢰받고는 ‘쟁쟁한 인물들 사이에서 나를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얼굴들과 한자리에 걸려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이 넘도록 전시 현장을 둘러본 김연경은 “팬들이 꼭 자맹전에 가보라고 성화해서 왔는데 팬들에게도, 나에게도 이번 전시회가 활력과 추억이 돼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담긴 엽서에 편지를 써서 경기장에서 건네주는 팬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연경은 “최근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참 좋아한다”며 “오늘 전시회에 오기 전부터 자맹의 작품 ‘아몬드 나무’를 꼭 보고 싶었다”고 했다. 김연경은 아몬드 나무 작품 앞에서는 큰소리로 ‘우와’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자맹의 ‘푸른 내면 자화상’ 앞에서는 “현란한 색감이 예쁘고 또 신기하다”며 소장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쉬워하기도 했다.
‘배구 여제’의 현재와 과거를 담은 자맹의 작품은 13일 자선경매에 등장했다. 김연경이 감탄한 작품 ‘김연경’을 비롯해 ‘분홍빛의 김연경’ 등이 새 주인을 찾는다. 경매 낙찰자에게는 자맹이 사인한 포스터와 김연경의 친필 사인이 담긴 도록을 증정한다. 김연경은 “세계에 단 한 점밖에 없는 특별한 그림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것이 더욱 의미가 깊다”며 “어떤 사람의 품에 김연경의 그림이 안길지 궁금하다. 낙찰되면 꼭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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