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같던 '영원한 건설맨'…이지송 前 현대건설 사장 별세

입력 2023-04-14 18:42   수정 2023-04-15 00:49

현대건설 경영 정상화에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 통합까지 추진해 건설업계의 ‘소방수’를 자청했던 이지송 전 LH 사장이 지난 1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현대건설 사장으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광양항만, 청계천 복원 사업 등을 주도했다. 또 LH 초대사장으로 ‘LH형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민간과 공공을 오가며 건설업 발전에 한평생 기여했다. 업계에서 ‘영원한 건설맨’이라고 불린 이유다.

이 전 사장은 1940년 7월 충남 보령군에서 태어나 대전중과 경동고를 거쳐 한양대에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5년 당시 건설부 한강유역 합동조사단(수자원공사)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하며 국내 건설업계 발전을 이끌었다.

업계에서 이 전 사장은 ‘댐쟁이’ ‘댐박사’로 통했다. 국내에선 안동댐과 대청댐, 단양댐, 남강댐, 소양강댐 공사를 도맡았다. 해외에서도 말레이시아 트랭가누댐 공사 등에 참여했다. 이후 중동 특수 시절에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 근무하며 건설 수출에 힘썼다.

부사장을 끝으로 잠시 학계(경복대 토목설계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던 이 전 사장은 현대건설이 워크아웃 위기에 빠지자 사장으로 취임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 이 전 사장은 7000억원에 달하는 이라크 미수금을 해결하고 대형 공사를 연이어 수주하는 등 실적 개선에 힘썼다. 취임 1년 만에 영업이익 증가와 신용등급 상향에 성공했고, 취임 3년째인 2005년엔 436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고난도 공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청계천 복원공사 역시 이 전 사장의 작품이다. 이 같은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05년 다산경영상을 받았다. 이 전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 덕에 취임 당시 주당 920원에 그쳤던 현대건설의 주가는 그가 퇴임할 무렵 5만원대로 올랐다.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의 수주에 대한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며 “수주전 당시 입찰 대상 회사를 찾아가면 먼저 말단 직원에게 인사하는 등 남다른 정성에 모두가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공기업 선진화 기치 아래 이뤄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 과정에서도 이 전 사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이 전 사장이 주도한 재무개선 특별위원회를 통해 부채 비율을 크게 낮췄고, 당기순이익은 늘렸다. 공기업 최초로 감찰분소를 설치하고 10만원 이상 금품 수수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는 등 공기업 책임경영체계 확립에도 기여했다.

무엇보다 이 전 사장은 직원들에게 강조한 청렴을 직접 실천한 것으로 유명했다. LH 사장 퇴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그는 현대건설 재임 시절 경영 정상화에 대한 보답으로 채권단에게 받은 2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 권리를 포기했다.

이 전 사장은 ‘실적보다도 따뜻한 인품’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된다. 현대건설에 재임할 때 이라크에 있던 근로자들이 피랍되자 직접 현지로 달려가 1년여간 노력한 끝에 모두 구해냈다. 경영으로 바쁜 시기에도 후학 양성을 위한 대학 특강을 쉬지 않았다.

LH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직원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하자 이 전 사장은 “한 명의 직원도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500명의 직원이 정상화 과정에서 현장으로 내려갔지만, 결국 그의 약속대로 한 명도 구조조정되지 않고 경영 정상화를 마칠 수 있었다.

이 전 사장은 3년8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밝힌 퇴임사에서 “LH 초대사장이라는 옷은 너무 과분했고 때로는 너무나 버겁기도 했지만, 50년 건설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옷이었다”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2013년 퇴임 후에는 모교인 한양대에서 건설환경공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기여했다.

유족으론 부인(전인순 씨)과 2녀(이지영·이지원 씨), 사위(신건·이성훈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이며 발인은 오는 17일 오전 9시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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