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테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면서 젊은 여성과 남성에게도 보툴리눔톡신 시술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내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높아져야 합니다.”
박제영 압구정 오라클피부과 대표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16일 국내서 열린 ‘신경독소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에스테틱 위원회(ASCEND)’ 회의에 한국 대표 패널로 참석했다. ASCEND는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세계 전문가가 모인 다학제 기구다. 독일 멀츠에스테틱스가 회의를 이끌고 있다. 올해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관련 업계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ASCEND는 지난해 국제미용성형학회에서 ‘보툴리눔톡신 내성의 최신경향에 대한 국제 다학제적 검토 및 합의’ 논문을 발표했다. 순도 높은 보툴리눔톡신을 정량만 사용해 내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만다 커 멀츠에스테틱스 최고과학책임자(CSO) “안전한 시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보툴리눔톡신은 신경독소의 일종이다. 이 물질을 활용하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해 일시적으로 근육이 마비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치료제나 미용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0년 1570억원 규모였던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지난해 1900억원으로 매년 10%씩 성장했다. 올해 예상 시장 규모는 2090억원으로 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평가다. 세계 보툴리눔톡신 시장 규모는 8조4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보툴리눔톡신은 시술 시간이 10~20분 정도로 짧고 다른 시술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효과도 빠르게 나타나 미용시술 경험자 2명 중 1명이 생애 첫 시술로 보툴리눔톡신을 선택하고 있다. 재시술 경험자도 늘고 있다.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에 따르면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술 경험자 10명 중 6명은 2년 이상 시술을 받았다.
한국은 허가 받은 보툴리눔톡신 제품이 많은 나라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제품만 15개에 이른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면서 균주 출처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균주관리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도 보툴리눔톡신 등 생물테러감염병 병원체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보툴리눔톡신 적응증이 확대되고 있다. 사각턱 개선, 신체윤곽교정술 등을 위해 보툴리눔톡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보툴리눔톡신 시술을 지나치게 많이 자주 받거나 고용량 주사를 맞을 때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이 2021년 아시아 태평양 8개국 보툴리눔톡신 시술자 244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80%는 보툴리눔톡신 효과가 처음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2018년 조사보다 1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내성 원인인 복합단백질이나 비활성화 신경독소가 포함되지 않은 순도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제제를 안정화시킬 때 쓰이는 염화나트륨(NaCl) 부형제도 내성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세계적 면역 전문가인 마이클 마틴 박사는 “순수한 톡신은 복합단백질, 세균 DNA 오염물질 등을 함유하지 않도록 정제한 제품”이라고 했다. 그는 “보툴리눔톡신은 사지경련, 경부근긴장이상, 만성 편두통 등 신경학적 질환에 효과적인 치료제”라며 “내성이 생기면 나중에 치료 옵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제된 톡신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의료 전문가들이 소비자의 내성 정보 등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파시피코 칼데론 세인트룩스의대 교수는 “환자의 보툴리눔톡신 이력을 파악하고 내성 위험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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