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민주노총 건설노조)이 ‘건설현장 폭력행위(건폭)’ 사건 피의자 동료들을 응원한다며 수십 명씩 떼 지어 재판정·교도소 등에 몰려다니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증인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할 것을 우려해 비공개 재판 등을 법원에 요청할 예정이다.
이날은 건설노조 소속 서울·경기 북부건설지부 조직부장 A씨 등 간부급 세 명의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A씨 등 두 명은 건설현장에서 소속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올초 구속됐다.
일부 노조원은 포승줄에 묶여 재판에 출석하는 동료에게 다가가 손잡고 격려하려 했다. 노조원들은 “신체 접촉 말라”는 청원경찰의 경고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판 후에도 “파이팅” “힘내라” 등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담당 검사는 “피해자 등 여러 증인이 법정에 나서야 하는데, 증인이 노조의 행동에 큰 위협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며 “비공개 재판 등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회 진행자는 “모두 뒤를 돌아 (교도소를 향해) 10초간 함성 발사”를 지시했다. “와!” 하는 함성이 뒤따랐다. 그는 “감옥에 있으면 밖에서 들려오는 동지들의 목소리가 큰 힘이 된다”며 “두 동지가 의정부교도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독려했다.
노조 측이 법정에서 불리한 증언을 한 업체와 관련된 공사 현장을 조직적으로 ‘셧다운’시키는 등 2차 가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건설노조 피해업체 관계자는 “법정에 나타난 노조원 수십 명이 당장 건설현장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인데, 비(非)노조 일용직과 현장 소장들이 피해당한 사실을 제대로 밝힐 수 있겠느냐”며 “건설노조 성격상 나중에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건설노조 측은 A씨 등이 무고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 조사 결과는 다르다. A씨 등은 2021년 2월부터 9월까지 D기업의 경기 양주·포천 지역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공사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진입로 바닥에 드러눕거나 동전 수백 개를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린 뒤 줍는 식으로 방해했다. A씨는 조합원 채용을 강요할 목적으로 모두 26차례에 걸쳐 방해를 주도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노조가 재판에서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증언 내용을 듣고 밖에 나가서 보복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 비공개 재판이 필요하다”며 “특히 법정 증언을 근거로 2차 가해를 할 경우 철저한 법치 집행을 통해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이광식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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