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경영권 지켜준 M캐피탈의 '화끈한' 주식담보대출

입력 2023-04-17 15:48   수정 2023-04-18 19:17

이 기사는 04월 17일 15: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담보로 M캐피탈에서 거액을 빌려 배상금을 모두 갚았다. 기존 증권사 주식담보대출보다 훨씬 유리한 담보비율을 인정받아 더 많은 자금을 빌릴 수 있었다. 캐피탈사가 증권사와 달리 담보대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해당 대출과 관련된 담보비율 등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사각지대 캐피탈사 주담대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은 M캐피탈에 자신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319만6209주(지분율 7.83%)와 현대네트워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433만1171주(10.61%)를 담보로 총 2300억원을 빌렸다. 현대네트워크의 주식담보대출에 현 회장이 연대보증을 서는 구조다. 연 이자율은 12%다. 기간은 4개월이다.

현대네트워크는 경영 자문 및 컨설팅업체로 현 회장(91.3%)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은 이번 대출금으로 기존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남는 자금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잔여 배상금을 모두 지급했다.

애초 시장에선 현 회장이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보유지분 대부분이 증권사에 담보로 제공돼 있기 때문에 추가 주식담보대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담보유지비율을 기존과 다르게 인정받으면서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담보유지비율은 빌려준 금액 대비 담보가치를 말한다.

증권사는 금융투자업 규정상 주식담보대출을 내줄 때 담보유지비율을 140% 이상으로 유지한다. 증권사는 담보유지비율이 140% 미만으로 하락하면 추가 담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거나 반대매매에 나서야한다. 반대매매는 주식 평가액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강제로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다. 그동안 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증권사로부터 받은 주식담보대출의 담보유지비율이 모두 140% 또는 150% 수준이라고 공시했었다.

담보대출 실행 시점에서의 현대엘리베이터 시가총액이 1조4000억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회장이 이번에 담보로 제공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8.44%의 가치는 약 2600억원이다. 담보유지비율 14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최대한 1800억원 정도만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M캐피탈 주식담보대출은 담보유지비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증권사와 달리 주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담보인정비율 100% 간당간당
캐피탈사는 증권사와 달리 법규상 적용받는 담보유지비율 규제가 없다. 담보비율 훼손 시 추가 담보를 받아야 하거나 반대매매에 나서는 조건도 개별 계약조건에 따라 정해진다. 사적 계약에 따라 조건이 정해지는 만큼 따로 외부에 이를 공시할 의무도 없다.

캐피탈사마다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체적인 내부 규율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캐피탈사는 코스피 상장사 주식에 대해선 담보유지비율 120%, 코스닥 상장사라면 140%를 유지하는 식으로 주식담보대출을 해준다.

M캐피탈이 다른 경쟁업체보다 공격적으로 자금을 빌려줬다. 이번 담보대출의 담보유지비율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113% 수준으로 추산된다.

M캐피탈은 효성캐피탈에서 사명이 바뀌었다. 에스티리더스PE가 설립한 SPC(특수목적자회사)인 스마트리더스홀딩스가 2020년 말 경영권을 인수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전체 펀드 출자금액의 60%를 대줬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13일 M캐피탈 주식담보대출 실행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연일 떨어지고 있어서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지난 14일 8.51%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1.02% 내렸다.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담보유지비율이 100%를 밑돌기 직전이다. 원칙적으로는 반대매매 물량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과 직결되는 지분에 대한 계약인 만큼 의무가 아니더라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이라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 때문에 급등했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담보권 실행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 측이 추가로 담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현 회장과 M캐피탈 사이의 사적 계약인 만큼 담보대출 과정에서 현 회장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담보를 제공했을 수도 있다. 현행 공시 제도상 대주주가 회사 주식 외에 추가 담보를 제공했더라도 이를 알릴 의무는 없다.

M캐피탈은 이번 주식담보대출이 단기 대출인 데다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 지분인 만큼 현 회장의 상환 의지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식담보대출의 만기가 오는 8월까지로 짧다. 현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는 등 추가 자금을 조달해 상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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