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그때처럼…인천 전세사기단, '상호금융 대출' 활용

입력 2023-04-23 16:33   수정 2023-04-23 16:38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을 통해 대규모 대출을 받아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보다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호금융 특유의 제도적 허점이 전세사기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호금융의 무분별한 대출 문제는 2021년 상반기 불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의 원인으로도 지목됐지만 2년 넘도록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못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이른바 '인천 건축왕' 남모씨 일당은 전국 180여 곳의 지역 상호금융에서 담보대출을 받았다. 상호금융은 조합원에게서 예금을 받아 대출을 내주는 금융기관으로, 새마을금고와 지역단위 농협, 신협, 수협 등이 해당된다.

문제는 이들 상호금융이 조합원의 자금융통을 돕는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비조합원에게도 저마다 대출을 해준다는 점이다. 또 지역단위 조합은 같은 상호금융 이름을 공유하더라도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조합장 의지에 따라 담보물의 감정평가액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대출자가 전국에 흩어진 지역단위 상호금융기관을 돌며 대규모 돈을 빌릴 수 있는 이유다.

이처럼 원정 대출은 은행과 같은 1금융권에서는 불가능하다. 은행의 경우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대출이 이뤄져도 개인별·산업별·업종별 대출 한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1금융권에 비해 느슨한 대출 규제로 인한 상호금융의 무분별한 대출 문제는 2021년 LH 직원의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 수단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신용협동조합법을 개정해 상호금융권이 전체 대출 중에서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을 각각 30% 이내로 제한하고 합계액은 5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에도 새마을금고에서의 대출은 여전히 이전과 같은 행태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의 대출은 다른 상호금융과 달리 신용협동조합법이 아니라 새마을금고법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에 대한 대출규제 미비가 전세사기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마을금고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올해 중 부동산 대출에 대한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규제를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업무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TF는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을 중심으로 3개 팀으로 구성돼 유관 기관 협의 및 정보 공유를 총괄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금융권에 피해자가 거주 중인 채권 매각·경매 절차가 진행중인 건에 대해 매각 유예 및 매각 기일 연기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지난 20~21일 경매 기일이 도래한 인천 미추홀구 주택 경매 59건은 유찰된 네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예됐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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