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기후 과학의 섬뜩한 경고

입력 2023-05-08 09:45   수정 2024-03-13 09:43

[한경ESG] Editor's Letter

“인류는 살얼음 위에 서 있고,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종합 보고서 공개 기자회견에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목소리에선 단호함이 느껴졌습니다. IPCC는 기후변화 연구를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인 유엔 산하 기구로 1990년부터 대략 7년마다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초반에는 데이터의 정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 결과라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6차 보고서 역시 5만 건의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합니다.

IPCC 보고서는 인류 과학사에 비춰보면 놀랍고 감동적인 면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헌신하며 30년 넘게 하나의 주제를 탐구한 사례는 없습니다. 이번 호 커버 스토리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의 기본 텍스트인 6차 종합 보고서를 해설합니다. IPCC가 공개한 36페이지 보고서는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 보고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정책 담당자만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는 물론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필수 교재입니다.

현재 IPCC를 이끄는 이회성 의장은 6차 종합 보고서의 핵심 중 하나로 ‘탄소예산’을 꼽았습니다. 기후 과학의 발달로 지구 온도 상승을 특정 온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허용되는 최대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하로 묶어두려면 남아 있는 허용 배출량, 즉 탄소예산은 500GT입니다. 500GT을 초과해 배출하면 1.5℃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현재 가동중인 화석연료 인프라의 향후 예상 배출 총량이 850GT에 달합니다. 1.5℃ 억제를 위해선 이들의 조기 퇴출이 불가피한 셈입니다. 탄소예산은 배출량 총량 규제를 가능하게 합니다.

파리협정은 1.5℃와 2℃ 목표를 병기하고 있지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한 2018년 IPCC 〈1.5도 특별보고서〉 발표 이후 1.5℃가 새로운 글로벌 기후 목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구 기온은 지난 100년 사이 벌써 1.1℃ 상승한 상태입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탄소배출량은 이례적으로 7%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감소 폭을 2050년까지 30년간 유지해야 1.5℃ 목표 달성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역시 3%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난제입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은 탄소예산 개념을 활용해 ‘내재 온도 상승(ITR)’이라는 흥미로운 지표를 개발했습니다. 글로벌 탄소예산을 개별 기업에 할당하고, 할당된 탄소예산과 해당 기업의 배출 전망치 차이를 온도로 환산한 것입니다. ‘A사는 1.6℃, B사는 3.2℃’ 식으로 각 기업의 감축 목표와 경로의 적합성이 직관적으로 드러나 기업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국내 기업 97곳의 ITR을 커버 스토리에서 함께 소개합니다. 기업의 진지한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자극제입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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