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부모님께 등심보다는 안심을

입력 2023-05-03 18:18   수정 2023-05-04 00:21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가 피천득 선생님의 시 한 구절이다. 파릇한 풀잎과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 덕분에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이 또다시 찾아왔다. 또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많아서 ‘가정의 달’로 표현되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사실 지출도 가장 많은 달이다. 2022년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지출전망지수가 5월에 가장 높았다. 많은 사람이 가족과 외식을 하고, 여행을 하거나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어느 포털사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열에 아홉은 5월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려고 별도의 지출 계획을 세우지만, 동시에 열에 여덟은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필자가 직접 회사 직원들과 이야기해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직장인 사이에 5월의 공포를 의미하는 ‘메이포비아(Mayphobia)’ 혹은 ‘5월은 텅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이유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기뻐하는 부모님과 자녀 등 가족을 보면 행복하고 뿌듯하지만 텅 빈 통장의 쓰라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정의 달이라는 진정한 의미가 반감되는 느낌도 없지 않다.

사실 비싸고 좋은 선물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가족에게 주는 경우라면 단순한 소비로 그치기보다는 경제적으로도 현명한 선물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값비싼 선물이나 용돈 대신 카네이션 한 송이와 정성과 사랑이 담긴 선물을 해드리는 건 어떨지 생각해본다.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2021년 65세 이상 노인층의 의료비는 41조원으로 2017년에 비해 46.1%나 증가했다. 2030년에는 이 의료비가 90조원이 된다는 예상이 나온다. 노인 의료비 부담이 10년 사이에 두 배 넘게 늘어난다는 얘기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부모님이 연로해지면서 치매나 각종 질병에 노출돼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본다.

보험회사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양한 효도보험을 선보였지만 아직은 관심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 다만 최근 치매나 간병보험은 가입이 간편하고 보장하는 영역이 세분화돼 있어 인기가 늘어나는 추세다. 예전에는 보험 가입이 거의 불가능했던 만성질환자도 비교적 손쉽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여럿 출시됐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한우 등심을 사드려도 좋겠지만, 따뜻한 집밥으로 모시면서 병원비 불안을 줄이고 행복한 노후를 보장해주는 ‘안심(安心)’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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