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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1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6년 만에 국내 공식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한다”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을 선언했다.
당시 회사 안팎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하던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는 건 무리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고급차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 브랜드를 압도한 데 이어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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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체 판매에서도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 중 제네시스의 비중은 2016년 1.2%에서 지난해 5.4%로 높아졌다.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1989년 출범 후 32년 만인 2011년에야 도요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제네시스는 렉서스의 성장 역사를 4분의 1로 단축해 달성한 셈이다.
출범 초기엔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는데 최근에는 해외 판매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해외 판매는 2020년까지 2만여 대에 머무르다 2021년 6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8만 대를 넘어섰다. 올해는 처음으로 해외 판매 10만 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준비 없이 무턱대고 나선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출범하기 11년 전인 2004년에 ‘고급차 출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라는 비밀조직을 꾸렸다. 소재, 설계, 시험, 파워트레인,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서 사내 최고만 모았다. 2011년부터는 투자를 세 배가량 늘렸다.
최고 디자인을 위해 해외 인재도 적극 영입했다. 영국의 자존심 벤틀리의 디자인을 총괄하던 루크 동커볼케를 전격 스카우트한 것이다.
11년간의 담금질은 명차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차량을 탄생시켰다. 제네시스는 미국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2017년 첫 평가부터 곧바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021년(2위)을 빼고 지난해까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제네시스 출시 전까지 부동의 1위이던 포르쉐를 완벽히 제친 것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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