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정호석 세움 대표 변호사 "스타트업 보릿고개 이제 시작… 하반기 옥석가리기 본격화"

입력 2023-05-09 16:31  

이 기사는 05월 09일 16: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 업계의 보릿고개는 이제 시작입니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 변호사(사진)는 9일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가 현장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올 하반기 진짜 고비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줄이 마른 스타트업들이 당분간은 버티겠지만 하반기를 기점으로 백기 투항하는 업체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스타트업 줄도산 이어질 것"
법무법인 세움은 스타트업 자문 전문 부티크 로펌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2012년 정 변호사가 대형 로펌에서 나와 창업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한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수많은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그는 올해 스타트업 업계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지난 2~3년간 지나치게 부풀려진 스타트업의 몸값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게 정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은 수천억 원은 기본이고, 조 단위 몸값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2015년 카카오가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600억원에 인수할 때만 해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7~8년 만에 스타트업 업계에 거품이 얼마나 많이 끼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도산하는 스타트업들은 회생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정 변호사는 "전통 제조기업 등은 잠깐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금만 투입하면 다시 정상적인 사이클을 되찾아가지만 스타트업 업계에는 투자금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한계기업이 적지 않다"며 "이들 기업은 자금을 아무리 투입해도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정 변호사는 올 하반기 스타트업 업계의 도미노 도산이 이어지더라도 정부가 무작위 지원에 나서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신 민간이 주도하는 선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변호사는 "될 만한 스타트업을 살려야지,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모두 도와줘선 발전이 없다"며 "정부는 모태펀드를 확대하고, 민간에 스타트업 업계의 회생법원 역할을 맡기면 자연스럽게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문할 땐 사내 변호사처럼
정 변호사가 스타트업 업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애정이 크기 때문이다. 2012년 스타트업 자문 전문 부티크 로펌을 만들 때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그는 스타트업 업계에 몸을 던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다 보면 여러 법률 리스크를 맞닥뜨리게 되는 데 이를 전문적으로 자문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스타트업에게 대형 로펌의 문은 너무 높았다"며 "스타트업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도전을 택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는 게 재미있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고등학교 후배인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창업 초기 찾아와 엔젤 투자를 하고, 여러 조언도 해줬는데 하루가 다르게 회사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며 "조금만 시간을 들여도 스타트업엔 큰 도움이 되는 걸 보니 보람도 컸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자신의 장점으로 누구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사고방식을 잘 이해한다는 점을 꼽았다. 정 변호사는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한 '공돌이' 출신이다. 그는 "공대에서 배운 학문적 지식보다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어떻게 남과 다르게 사고하는지, 그들의 어법과 의도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스타트업이 정말 궁금해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인다. 그는 "A를 질문하는 스타트업에 기계적으로 A에 대한 답변만 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업이 처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진짜로 필요한 다른 답변을 찾아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들에게 스타트업 자문을 맡을 땐 "스스로 사내 변호사가 됐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질문에 '리스크가 크니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건 쉽지만 그런 답변은 스타트업에 일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며 "내가 이 스타트업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스타트업 자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세움을 대형 종합 로펌으로 키우기보단 앞으로도 스타트업 자문 전문 부티크 로펌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변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변리사와 세무사 등 전문 인재 풀을 확대한 이유도 매출 증대 목적보단 스타트업에 '원스톱'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정 변호사는 "30년 뒤 '세움 덕분에 한국 스타트업 업계가 발전할 수 있었다', '세움이라는 로펌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얘기를 듣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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