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로 향하는 中지방정부…"중동 국부펀드 투자 요청 봇물"

입력 2023-05-09 20:52   수정 2023-06-08 00:01


중국 지방정부들이 중동 국부펀드의 오일머니를 투자받기 위해 구애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부다비, 카타르 등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이었던 중동 국가들이 중국과 경제 및 외교 관계를 밀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아부다비투자청, 카타르투자청 등의 관계자들과 고위급 회의를 진행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회의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등 아시아의 국영 투자기관들도 참석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 광저우, 청두 시와 쓰촨성 등은 올해 반도체, 생명공학, 신재생에너지, 첨단제조, 인프라 등 중앙정부가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산업 분야에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로 나선 것은 중국 지방정부 역사상 처음이다. 광저우 정부는 2000억위안(약 38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었다. 선전 정부도 지난 1월 사우디 PIF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짜리 공동 펀드를 세웠다. 이는 중국과 중동 국가가 합심해 만든 최초의 공동 펀드다.

중국 남부 지역의 한 고위급 관료는 "중동 국부펀드는 중국에 더 많이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며 "이해관계가 쉽게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촨성 관계자는 "그동안 중동의 큰손 투자자들은 주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에 기관투자자(LP·유한책임사원)로 참여해 간접적 투자를 해왔지만, 이제는 중국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과 중동의 밀착 행보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칭커연구센터(Zero2IPO)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 본토에는 2000개 이상의 정부 주도 펀드가 있다. 이들의 목표 운용자산은 총 4조3000억위안에 달하지만, 신생 펀드일수록 민간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이번 회담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권 하에 있던 중동 국가들이 중국과 경제 및 외교적 관계를 심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는 또한 작년 원유 시장 호황기 덕분에 현금이 넘쳐나는 중동 산유국들의 부를 흡수하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구애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개별 기업 단위에서 중동 국부펀드와 협업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강철은 사우디 PIF, 아람코와 합작해 동부 라스 알카이르 지역에 철강 제조 단지를 건설하고자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원유 의존도에서 벗어나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려는 사우디의 의지와 중동 지역으로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확대를 모색하는 중국 당국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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