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인사혁신처장 "좋은 상사 되려면…핀잔 대신 사실 근거해 실수 짚어줘라"

입력 2023-05-09 18:02   수정 2023-05-10 00:36

“‘당신은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과 ‘당신은 정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상대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말 대신, 행동에 관한 사실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말해야 대화가 됩니다.”

정부 각 부처의 인사문제를 총괄하는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사진)은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좋은 상사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행시 28회 출신인 김 처장은 행정안전부 인사실장, 대통령실 인사혁신비서관, 소청심사위원장 등을 거친 정부 내 인사관계 전문가다.

그는 최근 직원들과 함께 직장 내 대인관계를 조언하는 책 <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를 펴냈다. 인사혁신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학습조직에서 찾아낸 좋은 상사, 좋은 부하, 좋은 업무 파트너가 되는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공무원의 현실에 맞춰 담백하게 핵심만 추려낸 코칭·리더십 책에 가깝다.

책 머리말에서 김 처장은 2000년 무렵 정부 지원으로 미국 인디애나대에 행정학 연수를 갔을 때 ‘대인관계 기법’ 과목이 존재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는 경험을 소개한다. 그는 “당시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10년 이상 조직 생활을 하면서 직원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상사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수업 내용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책은 대인관계의 키워드를 ‘공감’에서 찾는다. 실수하는 직원에게 핀잔을 던지고,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대신 객관적인 실수 내용을 짚어주기만 해도 충분히 의도가 잘 전달된다는 것이다.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토로하는 직원에게 “원래 회사생활은 그런 것”이라고 해 봐야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 “방법을 좀 찾아보자”거나 “조금만 더 힘 내보자”고 공감을 표해주기만 해도 마음이 훨씬 풀리고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듣기 좋은 공자님 말씀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성공적인 협상 사례를 소개하며 ‘협상의 기술’을 알려주기도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계획표를 예로 들며 일하기 싫어하는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요령을 제시하는 등 깨알 지식과 팁이 가득하다. “관리자들은 ‘가장 적합한 사람’보다는 가장 편한 사람,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새 업무를 맡기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무원의 병폐처럼 여겨지는 수많은 회의에 대해서는 명확한 회의 목적과 회의 계획을 미리 정하고 회의 초반에 이를 분명하게 설명하라고 조언한다. 특정 의제에 관한 얘기가 너무 길어지면 “좋은 의견 감사하다” “시간관계상 오늘 회의보다는 필요할 때 별도 회의에서 더 깊이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 돌리는 방법도 안내한다.

인사혁신처는 책 내용을 담은 온라인 교육 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정부 조직은 물론 공·사 조직에 몸담은 이들이 생산적인 대인관계 기법을 더 잘 이해해서 ‘함께 일하고 싶은 리더’가 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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