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흔드는 K팝 생태계…내가 선택한 소녀는 어떻게 됐을까? [김주완의 블록체인 사용기]

입력 2023-05-16 14:28   수정 2023-05-16 23:32

#. 오늘(4월 29일)은 내가 응원하는 아이돌의 새로운 유닛 구성이 발표되는 날이다. 앞서 트리플에스는 지난 4월21일 새로운 유닛이 활동할 신곡 2개 도입부와 예비 멤버 후보를 트리플에스 공식 앱 '코스모'에 선공개했다. 팬들은 트리플에스의 멤버 포토카드 NFT(대체불가능토큰)를 구입해 얻은 '꼬모' 토큰으로 해당 노래에 어울리는 멤버에 투표할 수 있다. 나는 투표 여섯번 째날에 'EVOLution' 유닛에 수민, 'LOVElution' 유닛에 연지를 선택했다.



솔직히 이들을 잘은 모른다. 그냥 각 신곡에 어울리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팬들은 이번 투표에 총 12만 696개 꼬모를 사용했다. 내가 투표한 2명 중 1명(수민)은 선택한 유닛에 포함됐다. 이번에 팬이 선택한 유닛은 올 하반기에 무대에 설 예정이다.
NFT로 아이돌 키우는 시대
최근 블록체인 기반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 모드하우스의 도전에 K팝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팬이 관련 NFT 구입으로 아이돌 육성에 기여하고 관여하게 하는 전략이 통하면서다.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보기 드문 블록체인 기술 도입의 성공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걸그룹 트리플에스를 데뷔시킨 엔터 스타트업 모드하우스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팬 참여형'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개발했다. 원더걸스, 2AM, 2PM, 인피니트, 러블리즈, 이달의소녀 등의 A&R(Artists and Repertorie)을 맡았던 정병기 대표와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으로 웹드라마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던 백광현 부대표가 2021년 12월 공동 설립했다. 구체적인 사업 전략은 정 대표와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함께 구상했다.



2022년 초에는 블록체인 분야 전문 컴퍼니 빌더 업체인 언오픈드가 모드하우스의 엑셀러레이팅에 참여했다. 언오프드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다. 모드하우스는 사업 아이템과 기술력 등을 인정받아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네이버, CJ그룹 계열의 벤처케피털(VC) 타임 등의 투자를 받았다.

모드하우스의 사업 전략은 단순하다. K팝 스타를 노리는 아이돌의 제작 방식을 기존 엔터테인먼트업체 중심에서 팬 참여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팬의 참여를 독려해 아이돌의 인지도와 인기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시도는 있었다. 수십 명의 멤버로 구성된 일본의 아이돌 AKB48은 팬의 투표 결과에 따라 멤버의 무대 위치, 뮤직비디오 출연 등이 정해졌다. 2012년 관련 투표 이벤트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0억엔(약 1958억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2016년 케이블 방송사 엠넷이 '프로듀스 101'에서 팬들이 선택한 아티스트로 걸그룹을 만들었다,

누구나 투표 현황 확인 가능
모드하우스는 NFT로 팬의 참여 전략을 고도화했다. 블록체인 활용으로 이전 방식의 문제점도 해결했다. 블록체인 기록은 누구나 투명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온체인에 모든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엠넷의 '프로듀스 101'의 경우 인기 몰이에는 성공했지만 프로그램 제작진의 투표 조작이 논란이 됐다. 일부 제작진은 사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투표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조작 자체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투표 기획부터 투표 결과 관리까지도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모드하우스는 앱 '코스모' 등에서 트리플에스 멤버의 포토카드를 판매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구매하면, 카드 뒷면의 QR코드를 통해 NFT를 얻는다. NFT 가치에 따라 투표에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토큰 꼬모가 제공된다. 투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보유한 꼬모로 투표해 트리플에스의 성장에 기여한다. 모드하우스는 이런 투표 이벤트를 '그래비티'라고 부른다.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총 5번의 그래비티가 있었다. 유닛 멤버 구성, 팬덤 명, 유닛 데뷔 순서 등을 정했다.

누구나 앱 코스모에서 투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수치가 맞는지 온체인 데이터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 그래비티에서 코스모 이용자의 투표 참가율은 25%에 달했다. 백 부대표는 "보통 건강하게 유지되는 다오(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조직)의 투표율이 5~8% 정도인 걸 감안하면 일종의 다오라고 볼 수 있는 코스모의 참여율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모드하우스는 NFT 도입으로 기존 K팝 산업에 없던 추가 수익도 올렸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트리플에스 NFT 보유자는 16일 기준 4만7178명이다. 모드하우스가 공개한 지금까지 총 코모 사용량은 30만9500개다. 무료로 지급하는 이벤트 물량과 코모 최저 가격 3500원(10개 3만5000원 상품)을 감안해 코모 1개당 3000원으로 계산하면 9억원 정도 관련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모드하우스는 걸그룹 데뷔 전부터 NFT로 매출을 올린 셈이다.

멤버 별로 꼬모 획득 수도 확인이 가능해 회사는 팀의 기여도에 따른 멤버별 투명한 정산도 할 수 있다. 백 부대표는 "NFT 판매로 생긴 매출에 대해서는 멤버에게 선 정산을 해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아이돌의 정산 시기가 늦을 경우에는 데뷔 후 2~3년 후다.
해외에서 인기몰이, 트리플에스
걸그룹 트리플에스와 소속사 모드하우스 모두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번째 유닛 'Acid Angel from Asia'의 데뷔곡 '제너레이션(Generation)을 공개했다.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미국, 멕시코, 터키 등 애플 아이튠즈 음원 차트에서 1위을 달성했다. 트리플에스 NFT 보유자의 80% 이상은 해외 팬이다.



트리플에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6일 152만 명이다. 역대 K팝 스타의 유튜브 채널 상위 100위 안에 드는 성적이다. 보아, 태연, 효연, 슬기, 웬디, 카리나, 윈터 등으로 구성된 SM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걸그룹 '걸스 온 톱(Girls On Top)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128만 명)보다 많다.

모드하우스의 도전은 K팝 업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트리플에스를 선보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블록체인 기술 적용의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이브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도 모드하우스의 사업 전략을 참고해 새로운 아이돌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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