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뒷감당 쉽지 않네" 뉴진스 열풍에 가려진 하이브의 고민[딜 인사이드]

입력 2023-05-19 15:55   수정 2023-05-23 14:02

이 기사는 05월 19일 15: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 아티스트 관리는 미국에 비하면 정말 유치원 수준이다. 차원이 다른 어려움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최근 사석에서 지인들에 이런 하소연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하이브는 2021년 엔터업계 인수·합병(M&A) 최대 규모인 1조원을 투입해 미국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했다. 주력 아티스트인 BTS의 군입대 공백을 채우고 본격적인 글로벌 기획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였다. 인수 후 3년 차를 맞이했지만 이타카홀딩스와의 '화학적 결합'이 만만치 않은 난관인 점을 드러내는 일화다.
아프다는 저스틴 비버에 속타는 하이브
이타카홀딩스 소속 아티스트인 저스틴 비버가 올해 3월 갑작스럽게 월드 투어 잔여 일정을 취소하겠다 선언한 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한 차례 투어가 무산되면서 올해로 연기됐지만, 이마저도 중도에 돌연 중단됐다. 지병인 우울증과 안면마비 등을 호소하면서다. 이타카홀딩스와 모회사인 하이브는 아티스트의 가장 큰 현금창출 기회인 콘서트 수익을 놓치게 됐다. 해외 매니지먼트사들의 매출 중 공연 비중은 절반 수준(48.5%)으로 국내 기획사(35%)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적에 미칠 영향이 크지만 비버 측에 계약 이행 등을 요구하긴 쉽지 않다. 비버가 가지는 상징성은 물론 복잡한 계약관계로 매니지먼트 문제가 얽혀있어서다.

전통적인 공연·음반 수입 외 아티스트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키우려던 계획도 삐걱거리고 있다. 하이브 인수 직전 이타카홀딩스의 매출은 1554억원, 영업이익은 191억원에 그쳤다. 하이브가 당시 영업이익의 50배 가까운 1조원을 지급한 배경엔 IP를 활용한 NFT, STO(토큰증권) 등 2차 수익에 '베팅'했다는 평가가 짙었다. 아티스트들의 저작권을 사모으던 힙노시스 송 펀드가 영국 런던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는 등 업계 전반에도 IP가 '금광'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당시만해도 블랙스톤, 브룩필드, KKR 등 글로벌 펀드들도 음원 등 IP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와 동시에 이 시장에 꼈던 거품도 빠르게 빠지고 있다. 2021년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나들던 힙노소스 송 펀드의 시총은 당시보다 33% 가량 줄었다. 비버가 올해 3월엔 자신이 보유한 290곡 이상의 음원 저작권, 마스터 레코딩(녹음 원본), 백 카탈로그(Back catalogue·과거 발매곡 목록) 인접권 등을 모두 매각하면서 하이브와 이타카홀딩스가 활용할 수 있는 저작권도 대폭 줄었다. 이타카홀딩스에 소속된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 아티스트를 국내 아티스트처럼 자사 플랫폼인 위버스 등에 입점시켜 정기적인 수익화를 시도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돈방석 앉은 스쿠터 브라운 통제는 누가?


구성원들과의 문화 차이 등 인수후통합(PMI) 문제도 하이브의 고민이다. 이타카홀딩스가 창사 후 첫 해외 M&A였던 하이브는 창업자인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 출신이자 제작자 스쿠터 브라운을 하이브아메리카 대표로 임명했다. 인수 이후에도 현지 아티스트 관리 뿐 아니라 경영까지 전담시켰다. 경영진을 그대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는 이타카홀딩스 매각으로 39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 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타카홀딩스 인수에 이어 스쿠터브라운의 주도로 올해 2월 314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QC미디어홀딩스를 두고선 '고가 인수' 논란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QC미디어홀딩스에는 릴 베이비(Lil Baby)와 릴 야티(Lil Yachty), 미고스(Migos), 시티 걸스(City Girls) 등과 같은 아티스트가 속해 있다. 하이브는 스쿠터 브라운의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의 인수 직전 QC미디어홀딩스의 연간 매출은 798억원, 순이익은 5억에 그쳤다. 부채가 자산을 약 200억원 이상 초과한 자본잠식에 빠져있기도 했다. 현지 음악적 트렌드에 정통한 인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엔터업계 일각에선 "스쿠터 브라운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업계 동생들을 챙겨주기 위한 거래"란 이야기도 나온다. 구성원 통제가 쉽지 않은 힙합레이블 특성상 PMI 문제로 더 골치가 아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뉴진스와 르세라핌 등 주요 아티스트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크게 히트하면서 대형 M&A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도 수면 아래에 있다. 이타카홀딩스의 영업이익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500억원대까지 회복하면서 하이브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다만 시장에선 국내 아티스트 공백기를 해외 레이블을 통해 채우겠다는 기존 투자 계획에 대한 현황을 더 구체적으로 공개해달라는 요구도 감지된다.

한 엔터담당 애널리스트는 "하이브가 기존 SM엔터, YG, JYP 등과 차별되는 점 중 하나가 시장과의 소통이었는데, 유독 해외 M&A만큼은 현지에서 '힙'한 레이블인만큼 회사를 신뢰해달라는 '깜깜이' 거래들이 많았다"라며 "좀 더 인수 이후 발생할 시너지와 현황에 대해 투명하게 시장에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현지 주류 음악시장에서 입지가 있는 이타카홀딩스와 QC미디어홀딩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인수를 단행했다"며 "두 회사의 PMI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인수 가격도 연평균 EBITDA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했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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