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어뢰 탐지, 도·감청 봉쇄…양자기술이 전쟁 판도 바꾼다

입력 2023-05-10 18:16   수정 2023-05-11 02:16


강원 춘천시 육군 제2군단사령부.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에서 우리 정찰 드론이 북한군의 이상 징후를 촬영했다. 이 드론을 감지한 북한이 사이버 부대를 동원해 해킹을 시도했다. 영상 파일을 빼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독은 불가능했다. 파일이 양자 암호키로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상은 서울 용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안전하게 전달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설명을 토대로 구성한 양자 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 사례다. 주정진 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은 “북한군이 데이터를 중간에 도·감청해 가로채더라도 양자 암호키 없이는 해독이 불가능하다”며 “양자암호통신 등 양자기술이 미래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北 핵 어뢰, 양자 자력계로 탐지”

10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ETRI 등 국내 주요 정부출연 연구소가 기업들과 손잡고 양자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양자 기술은 ‘중첩·얽힘·결맞음’ 등 난해한 양자비트(큐비트)를 활용해 성능을 고도화한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양자 센서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특히 양자 센서가 북한의 핵 위협을 방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양자 센서는 양자 자력계, 양자 중력계, 양자 레이더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다. 기본적으로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기존 센서보다 관측 정밀도 등을 수백 배 이상 높인다.

양자 자력계는 북한이 개발한 이른바 ‘수중 핵 어뢰’로 알려진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을 탐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전력화된 잠수함 감시 체계는 음파 탐지가 기본이다. 문제는 잠수함 기동이 계속 조용해져 탐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양자 자력계는 극도로 미세한 자기장의 변화도 척척 잡아낸다. 수심이 깊은 동해를 통해 들어오는 잠수함으로 인한 자기장 변화를 측정해 수중 핵 어뢰 공격을 미리 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텔스기 잡는 양자 레이더
양자 레이더도 주목할 만한 기술이다. 핵심은 스텔스 전투기 탐지다. 스텔스 전투기는 레이더로 탐지되지 않는다. 잡아내더라도 작은 새 떼 수준으로 인식된다. 탐지 거리에도 차이가 크다. 전파를 쓰는 레이더는 물체의 위치와 방향은 알아내지만, 형태를 파악할 수 없다. 빛을 쏘는 라이다는 대략적인 형태까지 파악할 수는 있지만 탐지 거리가 100m 안팎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양자는 초정밀 계측이 가능하다. 빛을 인위적으로 찌그러뜨려 ‘양자 압축광’으로 만든 양자 레이더를 쓸 경우 최강 스텔스기 중 하나로 꼽히는 F-35 탐지 확률이 약 95%까지 올라가고, 0.2m 단위까지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계의 설명이다.

또 연구가 활발한 분야 중 하나는 양자컴퓨터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에 비해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최적화하는 데 강점이 있다. 예를 들어 전방에 있는 북한군 포대 진지를 공격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무인 자폭 드론에 의한 공격이나 후방에 있는 박격포 자주포의 포격과 지대공 미사일 폭격 중 어떤 것이 최선일지 신속하게 계산하는 식이다.

양자컴퓨터는 사용되고 있는 군용 암호 체계도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암호체계인 1024비트 암호 해독에 슈퍼컴퓨터의 경우 100만 년 이상 소요된다. 전력 소모량도 30㎿ 이상이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같은 비트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 10시간 안팎의 시간이면 충분할 전망이다.

대전=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