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는 미국의 군사 전략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1950년 고안해 낸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두 명의 용의자가 검사 앞에 앉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에 대한 증거는 있는데, 큰 범죄에 대한 명확한 증거와 자백은 없는 상태입니다. 검사는 심증과 정황 증거만으로는 부족함을 알고, 두 용의자를 분리한 채 설득하죠. 두 사람이 모두 입을 다물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해 각각 징역 1년 형을 구형한다고 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자백하면 자백한 측은 징역을 살지 않고, 침묵을 유지한 사람 혼자 독박을 쓰고 징역 10년을 구형받을 것이라는 조건을 내밀죠. 이때 두 용의자는 각자 상대의 배신이 두려워 먼저 자백한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경쟁을 위해 생산을 늘리면서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이 실제 사례 중 하나죠. ‘조정의 실패’라고도 표현합니다.
하지만 치킨게임을 통해 상대방을 완전히 쓰러뜨려야겠다는 판단이 들면, 오히려 감산보다 증산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실제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공급량을 조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경쟁 반도체 회사를 죽이기 위한 ‘치킨게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죠. 하지만 삼성전자도 결국 공급량 조절 카드를 선택하면서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보여줬습니다.
상대와 거래를 오래 해야 한다면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호혜성 가설’도 있어요. 도움을 통해 얻는 이익의 크기가 크고, 한 번 양보에 따른 손해가 크지 않으며 앞으로도 상대와 거래해야 한다는 조건이 성립한다면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간 관계를 설명할 때 적용할 수 있죠. 조금 변형된 가설은 ‘간접 호혜성 가설’입니다. 상대방이 내 평판을 고려한다면 나는 평판을 위해서 일부 손해 보는 거래를 선택할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집단선택 가설’도 있어요.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집단의 생존이 위태롭다고 가정해 봅시다. 집단 내에서는 내 이익만 단기적으로 추구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내 이익을 나눔으로써 집단 자체가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죠. 인간을 이기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현대사회의 복지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합니다.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2.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3. 인간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조건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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