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인간이 협력 못 하고 갈등하는 이유를 설명하죠

입력 2023-05-15 10:00   수정 2023-06-09 00:02

게임이론은 경제와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주요 학문 영역임에도 수능에서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미 많은 사설 모의고사에서 소재로 다루기도 했죠. 너무 나올 것 같아서 오히려 안 나온 경제 상식입니다. 그중에서도 핵심 개념인 ‘죄수의 딜레마’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막상 정확히 설명하고 다른 사례에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최악을 선택하는 이유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합니다. 때로는 승자와 패자로 나뉘기도 하죠. 승자의 이익과 패자의 손실을 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플러스가 되면 우리는 그것을 ‘윈-윈(win-win) 게임’이라 하죠. 합이 0이라면 ‘제로섬(zero sum)게임’이라 표현합니다. 마이너스인 경우도 있겠죠. 이를 다루는 개념이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인간이 서로 협력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게임이론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미국의 군사 전략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1950년 고안해 낸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두 명의 용의자가 검사 앞에 앉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에 대한 증거는 있는데, 큰 범죄에 대한 명확한 증거와 자백은 없는 상태입니다. 검사는 심증과 정황 증거만으로는 부족함을 알고, 두 용의자를 분리한 채 설득하죠. 두 사람이 모두 입을 다물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해 각각 징역 1년 형을 구형한다고 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자백하면 자백한 측은 징역을 살지 않고, 침묵을 유지한 사람 혼자 독박을 쓰고 징역 10년을 구형받을 것이라는 조건을 내밀죠. 이때 두 용의자는 각자 상대의 배신이 두려워 먼저 자백한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경쟁을 위해 생산을 늘리면서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이 실제 사례 중 하나죠. ‘조정의 실패’라고도 표현합니다.
반복되는 딜레마
두 용의자가 같은 상황에 다시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걸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라고 합니다. 이때는 결국 배신을 거듭하기보다 새로운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죠. 예를 들면 ‘따라 하기 전략’입니다.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최적의 선택을 위해 암묵적 합의를 한다는 게 그동안 연구자들이 밝혀낸 결과입니다. 실제 반도체를 볼까요.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 업체들은 생산능력 확대를 자제합니다. 반도체 가격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해 경쟁자들끼리 암묵적인 합의를 하는 셈이죠. 그러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치킨게임을 통해 상대방을 완전히 쓰러뜨려야겠다는 판단이 들면, 오히려 감산보다 증산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실제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공급량을 조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경쟁 반도체 회사를 죽이기 위한 ‘치킨게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죠. 하지만 삼성전자도 결국 공급량 조절 카드를 선택하면서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보여줬습니다.
협력 방안을 찾다
그렇다면 인류는 끊임없이 이런 딜레마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걸까요? 매 선택이 생존을 건 게임 같다면, 어떻게 협력을 통한 인류의 발전이 있었던 걸까요? 협력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우선 나와 상호작용할 사람들이 혈연관계에 있는 경우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을 돕는 게 유전자적 관점에서 볼 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죠. 좀 더 확장하면, 한국 기업끼리 서로 돕는 경우도 있죠. ‘혈연선택 가설’이라고 합니다.

상대와 거래를 오래 해야 한다면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호혜성 가설’도 있어요. 도움을 통해 얻는 이익의 크기가 크고, 한 번 양보에 따른 손해가 크지 않으며 앞으로도 상대와 거래해야 한다는 조건이 성립한다면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간 관계를 설명할 때 적용할 수 있죠. 조금 변형된 가설은 ‘간접 호혜성 가설’입니다. 상대방이 내 평판을 고려한다면 나는 평판을 위해서 일부 손해 보는 거래를 선택할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 ‘집단선택 가설’도 있어요.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집단의 생존이 위태롭다고 가정해 봅시다. 집단 내에서는 내 이익만 단기적으로 추구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내 이익을 나눔으로써 집단 자체가 유지돼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죠. 인간을 이기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현대사회의 복지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합니다.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죄수의 딜레마 사례는 무엇일까?

2.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3. 인간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조건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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