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금 인상폭도 충분치 않고, 후속 인상도 어렵다고 시장이 실망한 결과로 봐야겠죠.”(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정부가 15일 한국전력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h당 8원 인상했지만 이날 증시에서 한전 주가는 전주 말보다 2.13% 하락했다.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45조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당초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h당 56.1원 요금 인상을 요구해왔다. 올해 내내 분기당 14원가량 올려야 올해 영업적자가 1조3000억원 정도로 축소되고, 현재 한전법상 ‘적립금+자본금의 5배’인 회사채 발행 한도를 겨우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올 1분기에 전기요금이 ㎾h당 13.1원 인상되기는 했다. 그러나 올초 가스비 급등에 따른 ‘난방비 폭탄’ 여론에 놀란 여당이 요금 조정에 개입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결국 2분기의 절반이 지난 이날 ㎾h당 전기료 8원 인상이 결정되자 에너지업계에선 “회사채 발행 한도를 또 늘리지 않으면 내년 초부터 한전채 발행이 어려워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한전 안팎에선 16일부터 이번 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면 한전은 연간 기준 약 2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당초 예상한 한전의 올해 적자는 약 10조~11조원이다. 하반기에 추가 인상이 없다면 한전의 올해 적자가 7조5000억~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회사채 발행 한도의 74%(77조1759억원)를 소진한 상태다. 1분기엔 이미 시장 전망보다 약 1조원 많은 6조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금 상황에서 추가 요금 인상이 없다면 회사채 발행 한도 소진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가스공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초 가스요금이 메가줄(MJ)당 5원 이상 인상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뚜껑을 열자 한참 못 미치는 1.04원 인상에 그쳤다. 급증하는 가스공사 미수금(가스 수입액 중 요금 억제로 가스공사가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줄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안정화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을 고려해 인상폭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연료 가격은 여전히 예년보다 높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올 들어 12일까지 MMBtu(열량단위)당 14.9달러로 2020년 4.4달러보다 3.4배 높았다. 석탄 가격도 같은 기간 t당 60.2달러에서 224달러로 3.7배 뛰었다.
전력업계는 내년 총선을 앞둔 하반기엔 요금 인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번 에너지 요금 인상에 여당이 개입한 만큼 앞으로도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우려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h당 8원 올리는 것도 이렇게 어려웠는데 총선이 가까워지면 어떻겠느냐”며 “미봉책으로 한전과 가스공사가 연명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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