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듣고 "우울하군요"…AI가 '마음의 병' 치료 돕는다 [긱스]

입력 2023-05-17 17:40   수정 2023-06-01 16:02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머리에 전기 자극을 줘 우울증을 치료하는 헤어밴드, 목소리를 30초가량 입력하면 불안 정도가 측정되는 인공지능(AI) 앱, 아이들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하는 가상현실(VR) 게임….

스타트업들이 AI와 VR 등 첨단 기술을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의 진단과 관리에 적용하면서 정신건강 분야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뇌파를 AI로 분석해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을 진단하거나 약물 치료 대신 앱을 활용해 환자의 습관을 교정하는 식이다. 국내 정신건강 스타트업의 연구개발(R&D)이 잇따라 성과를 내며 본격적인 상용화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IT로 우울증 고친다
17일 정신건강 스타트업인 와이브레인에 따르면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은 지난해 7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음 비급여 처방된 뒤 이날 기준 누적 처방 건수가 2만8000건을 돌파했다. 헤어밴드 모양의 마인드스팀은 환자 뇌에 전기 자극을 줘 우울증을 치료한다. 임상 결과 6주간 하루 30분씩 치료받은 환자의 62.8%는 우울 증상이 사라졌다. 고려대안산병원 등 병의원 75곳에서 마인드스팀을 처방한다.

이어폰 모양의 우울증 치료기를 개발한 오션스바이오는 최근 서울대기술지주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미주신경이 지나는 왼쪽 귀에 무선이어폰처럼 착용하는 방식이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는 “정신질환 전자약 분야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뉴로티엑스는 수면장애 치료용 소형 패치를 개발했다. AI 센서를 통해 코골이, 뒤척임 등 수면 패턴을 분석하고 미주신경을 자극해 긴장감을 완화한다.

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히포티앤씨의 ADHD 솔루션은 아이들이 VR 기기를 착용한 뒤 레이싱 등 미니게임을 하도록 한다. 자연스럽게 ADHD 여부를 진단하고 물건 정리 등의 VR 게임으로 치료까지 연결했다. KT가 약 26억원을 투자한 손드헬스는 목소리를 앱에 입력하면 음성의 강약과 높낮이를 분석해 우울 수준을 판별하는 기술이 특징이다. 룩시드랩스(메타버스 멘털케어), 마인즈에이아이(VR 정서 장애 검사), 하이(대화형 불안장애 치료) 등도 대표적인 정신건강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커지는 정신건강 케어 시장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약물 외 인지 치료 방식도 다양해지면서 정신건강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우울증·불안장애 환자는 2021년 기준 약 180만 명으로 2017년(130만 명)보다 40%가량 늘었다. 전 세계 정신건강 케어 시장 규모는 2020년 3833억달러(약 513조원)에서 2030년엔 5380억달러(약 72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분야 중에서도 정보기술(IT)과의 결합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정신건강 영역이다. AI 진단이나 VR 치료를 하는 게 신체 부상, 암 등 질환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의 30% 이상이 정신건강 관련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는 정신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전 세계 앱 시장 규모만 지난해 기준 42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집계했는데 2019년보다 55% 성장한 규모다.

미국에선 이미 여러 개의 정신건강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정신질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서리브럴(기업가치 48억달러), 상담 서비스 앱을 운영하는 베터업(47억달러), AI 정신건강 분석 스타트업 스프링헬스(20억달러) 등이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치료 기기 품목 허가를 받은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에임메드가 개발한 불면증 인지치료 앱 솜즈와 웰트가 만든 웰트아이가 올해 각각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1호와 2호로 허가를 받았다.
심리상담 플랫폼도 ‘주목’
의료용 진단·치료 솔루션뿐만 아니라 감정 기록과 심리상담, 명상 콘텐츠 등으로 정신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스타트업도 관심을 받고 있다. 맞춤형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루시그넘은 최근 13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사용자가 매일 그날의 기분을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감정 분석을 받는 서비스다. 투자를 주도한 정화목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이용자의 충성도를 바탕으로 흑자를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주요 기업 사이에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이들 스타트업엔 기회다. 멘털케어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아토머스는 올초 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전자, 네이버, 현대중공업 등 기업 190여 곳이 직원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EAP 고객사로 들어왔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마인드카페는 심리 전문가와 상담자를 연결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김규태 아토머스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선 전문가 상담과 명상 등 멘털케어 콘텐츠의 결합이 하나의 트렌드”라고 했다.
“혁신 수가 도입해야”
디지털 의료기기에 건강보험 적용이 아직 어렵다는 점은 정신건강 스타트업의 과제로 꼽힌다. 국내 1호 디지털 의료 기기 솜즈는 다음달부터 정부 허가 병원에서 불면증 환자 대상으로 처방을 시작하지만 정식 보험 수가 지정까진 최소 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상무는 페이스북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로 불면증을 치료할 때 미국에선 100만원의 수가가 붙지만 국내엔 수가가 없다”며 “혁신 기업에 적절한 수가를 지급한다면 국내 매출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일부 스타트업이 VR 게임 등의 단순 소프트웨어를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의료 현장에서 유효한 진단·치료법으로 인식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 환자, 경쟁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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