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왜 이러실까" 뚝심 통했다…'매출 1조' 알짜 기업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3-05-20 10:13   수정 2023-05-20 11:26


폐기물·폐식용유 찌꺼기 등으로 재생 제품과 친환경에너지를 만들어 연 1조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바이오에너지, 정밀화학, 금속소재 사업을 하는 단석산업 얘기다. 새시, 파이프 등에 필수 첨가제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안정제, 무독성 안정제 분야 선두 기업인 이 회사는 일반인들에겐 낯설지만 산업 현장에선 모르는 이가 없는 소재 뿌리기업이다. 올 하반기엔 바이오디젤과 폐배터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사 모태는 1965년 설립한 '노벨화학공업사'
한승욱 단석산업 회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83년도 매출이 30억원이었는데 40년 만인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고 입을 열었다. 단석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1337억원, 영업이익 739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25.8%, 2% 증가했다.

회사의 모태는 1965년 설립한 노벨화학공업사다. 국내에 제대로 된 화학 단지가 형성되기도 전에 창업한 함경도 출신 고(故) 한주일 회장이 그의 부친이다. 2세 경영인인 한 회장은 1983년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만인 2012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회사의 수장에 오르기까지 위기도 적지 않았다.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대출금을 회수하러 온 은행 관계자를 설득해 오히려 1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아낸 일화는 지금도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2008년 6월과 2016년 12월 발생한 두 차례의 대형 화재도 빼놓을 수 없는 역경이다. 한 회장은 "공장에 불이 났을 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면서도 "오히려 화재가 더 결속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신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오디젤 명가
한 회장은 위기 때마다 사업을 확장하는 '역발상 경영'을 펼쳤다. 사업 중심축을 PVC 안정제에서 바이오에너지·재생연 분야로 옮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4년 부사장에 취임한 한 회장은 신사업을 발굴하지 않으면 위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그가 주목하고 있던 분야는 바이오디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는 머지 않아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회장이 뜬금없이 바이오디젤을 하겠다고 했을 땐 주변에선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 회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바이오에너지는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려 단석산업의 성장에 속도를 더하는 '신의 한수'가 됐다. 현재 총 매출의 90%가 바이오에너지·재생연에서, 10%가 PVC 안정제에서 나온다. 한 회장이 개척한 바이오에너지·재생연이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는 "기업은 투자 타이밍과 변화의 때를 놓치면 도태되고 만다"고 경영 철학을 밝혔다.

바이오디젤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폐식용유를 침전시켜 물과 찌꺼기를 제거한 뒤 메탄올과 수산화나트륨을 섞어 생긴 부산물을 추출해 만든다. 기존 화석연료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80% 이상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연합(EU)은 항공분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2025년부터 바이오디젤의 한 종류인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했다. 우리 정부도 바이오연료의 국내 보급 확대를 위해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도입하고 의무혼합비율을 상향하기로 했다.

바이오디젤의 원료인 폐식용유는 대부분 하수구로 방출되거나 특수 휴지에 흡수돼 폐기물로 버려진다. 단석산업은 식당에서 사용된 폐식용유를 수거해 바이오디젤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석산업이 수거하는 폐식용유는 연간 14만t에 이른다. 생산하는 바이오디젤양은 34만킬로리터(kL)로 국내 최대다. 기아 카니발 차량 485만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단석산업의 바이오디젤은 대부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쉘 등 해외 정유사에 판매되고 국내 4대 정유사에도 납품되고 있다.

2012년 처음 바이오디젤 수출에 성공한 단석산업은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 바이오디젤 전체 수출 점유율 71%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바이오디젤 수출액은 3억5000만 달러(한화 약 4686억원)로 이 중 단석산업의 수출액은 2억4800만 달러(약 3320억원)에 달한다. 2017년부터는 수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단석산업의 수출 성장 요인은 EU의 ISCC(바이오 에너지 인증), 미국 LCFS(저탄소연료표준) 및 미 EPA(환경청) 등 해외 인증 취득에 있다. 해외 인증 취득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판로를 개척했다.

한 회장은 "단석산업이 지난 10년간 수출한 바이오디젤은 약 238만t의 글로벌 온실가스를 감축했다"며 "이는 승용차 51만대가 배출하는 연간 온실가스의 양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바이오 선박유, 수첨바이오 디젤(HVO), SAF 사업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IPO 추진…자본금 확대해 자원순환 사업 강화
단석산업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예상 공모 시점은 올 하반기로, 코스피 상장을 논의 중이다. 한 회장에게 IPO를 하려는 이유를 묻자 '투자 강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매출 규모가 커지다보니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자본 시장에 들어가 자금을 조달해 바이오에너지 및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강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단석산업은 지난 12일 군산 1공장에서 리튬이온배터리(LIB·Lithium-Ion Battery) 리사이클링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1차 투자 규모는 약 90억원이다. 공장 증축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폐리튬이온배터리 양은 연간 약 8000t이다. 재활용 공정으로 추출할 수 있는 블랙매스(Black Mass·중간 가공품)은 연산 약 5000t 규모다. 블랙매스 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 추출을 위한 기술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 회장은 "해외 거점 LIB 리사이클링 공장 추가 확보, 재활용 원료를 활용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공장 및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 증설을 통해 자원순환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공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일할 사람이 안채워져 큰일"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규제를 정부가 속도감있게 풀어야 한다"고 했다.

군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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