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나인 투 파이브, '악덕 사장' 향한 세 여직원의 통쾌한 복수극

입력 2023-05-21 18:19   수정 2023-05-22 00:25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하는 회사원들이여 주목. 지금 대구에서 당신들이 꿈꾸는 판타지가 펼쳐지고 있다.

제17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개막작 ‘나인 투 파이브(9 to 5)’다.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 캐스팅 배우들이 내한해 수준 높은 코미디를 선보인다.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는 미국 컨트리 뮤직의 대모 돌리 파튼(77)의 히트곡 ‘나인 투 파이브(9 to 5)’를 비롯해 파튼이 직접 작곡·작사한 넘버로 구성됐다. 1980년대 개봉한 같은 제목의 영화를 원작으로 만들었다. 200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데 이어 201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해 흥행했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역대 DIMF 개막작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이름 있는 작품”이라며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한 배우들이 직접 내한해 현지의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 뮤지컬에서 파튼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굳이 비교하면 파튼은 한국 최고의 트로트 가수로 꼽히는 이미자급이다. 1막과 2막이 시작할 때, 막을 내릴 때 파튼이 영상으로 등장해 캐릭터를 소개하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1980년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9 to 5’를 편곡한 넘버가 작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수십 년 전 그의 음악을 즐긴 중장년 관객에겐 추억을, 그보다 어린 관객에겐 흥겨움을 선사한다.

작품 내용은 이른바 ‘직장인 판타지’에 가깝다. 성차별적인 말과 행동을 일삼는 사장 하트에게 당해 온 부하직원 주디, 바이올렛, 도랠리 삼인방은 참다못해 그를 납치한다. 사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세 사람은 각종 사내 복지를 늘리는 등 회사를 ‘직원들을 위한 천국’으로 바꿔놓는다.

요즘 한국의 직장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40여 년 전 서구에서 쓴 이야기인데도 공감 포인트가 많다. 최근 국내 뮤지컬에서 유행하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여성 서사다.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워킹맘 바이올렛이나 외모로 인한 편견에 시달리는 도랠리 등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여성 모습이다.

줄거리가 단순한데도 두 시간 내내 집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익살스러운 유머 코드가 있다. 악역 하트와 하트를 짝사랑하는 로즈 등 여러 배역의 우스꽝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유발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을 패러디한 연출이나 납치된 하트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장면 등 소소한 재미도 있다. 여기에 웨스트엔드 배우들의 춤과 노래 실력이 버무려져 수준 높은 코미디 뮤지컬을 완성했다.

오직 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대구행(行) 기차에 오를 만하다. DIMF가 끝난 뒤 이 캐스팅 그대로 영국 투어를 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5월 28일까지 열린다.

대구=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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