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나홀로 증시를 끌어올렸다.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1조2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2조7533억원, 개인은 9조42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했다.
한국의 실물 경제 분위기는 이런 증시와 딴판이다. 수출은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고, 고금리·고물가 부담으로 내수경제도 침체를 겪고 있다.
어두운 경제 전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몰려드는 것은 글로벌 자금 이동 현상과 연관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 들어 중·소형 은행 리스크와 경기 침체 우려감 등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주식형펀드에선 521억달러(약 69조원)가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는 331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닛케이지수가 19일 종가 기준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선진국 큰손들의 이런 ‘머니 무브’와 무관하지 않다.
강현담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매니저는 “과거에도 삼성전자의 대규모 반도체 감산 이후에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한국 경제 반등이 뒤따랐다”며 “경험적으로 이를 터득한 외국인이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올 들어 23.7% 상승하며 ‘7만 전자’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도체주 상승세가 국내 증시에서만 나타난 건 아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선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36.4% 올랐고, 일본에선 도쿄일렉트론이 41.3% 급등했다.
증권가에선 환차익을 기대하는 자금도 상당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2월 이후 상승(원화가치 하락)해 1320원대를 넘나들고 있지만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서 달러가 들어오면 원화가치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19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통화 긴축, 부동산 시장 조정 등으로 성장이 다소 둔화하겠지만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외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 1~3위는 JYP엔터테인먼트(3466억원), 에스엠(1415억원), 와이지엔터테인먼트(1348억원) 등 모두 엔터주였다.
JYP엔터 관계자는 “올 들어 외국계 투자은행의 기업 탐방 요청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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