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강남 3층 주택 빌린 30대…"月 5000만원 벌었죠" [방준식의 N잡 시대]

입력 2023-06-18 07:00   수정 2023-06-18 07:18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7살에 IT회사를 다니다 사표를 냈어요. 매일 밤을 새면서 똑같은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만 같았거든요. '회사에 쏟을 열정으로 내 사업을 해보자' 다짐했죠. 그렇게 호기롭게 쇼핑몰을 열었다가 폭삭 망했어요. 문턱이 낮은 만큼 경쟁이 정말 치열했었죠. 다시 회사에 취업해 일을 하면서 이번에는 N잡으로 공유숙박업을 했어요. 하지만 합법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해 또 그만뒀죠. 그러던 와중에 자투리 공간을 공유해 돈을 벌 수 없을까 고민하다 공간 대관사업에 뛰어 들었어요. 2000년대 초반 레트로 컨셉트로 꾸민 공간으로 SNS에서 입소문이 났죠. 지금은 강남에 3층 주택을 통째로 빌려 특색 있는 공간들로 변신 시켰습니다. 성수기에는 최대 월 5000만원까지 매출을 벌었죠.(웃음)


그는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던 직장인이었다. 늘상 화가 난 채로 일하다 어느 순간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꿈이던 인테리어 일을 N잡으로 할 순 없을까' 그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몇날 며칠을 소설과 만화책, 영화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머리속으로 기획한 공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뜯고 고쳤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인 <은미의 아뜰리에 화실>, <1994 선미의 서재>, <교토 여작가의 작업실> 등 연달아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이제는 공간 전문 회사 대표로 변신한 스페이스클라우드 호스트 에밀리(33) 씨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공간대여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호스트로 활동중인 에밀리(33)입니다. 저는 2015년부터 IT 앱 개발업체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회사에 쏟을 열정으로 내 사업을 해보자'라는 생각에 쇼핑몰을 도전했죠. 쇼핑몰은 문턱이 낮은 대신 경쟁이 심하더군요. 결국 사업을 접고, 에이전시에서 2~3년간 글로벌 마케팅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부업으로 공유숙박업도 해봤지만, 국내에서는 합법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아 그만뒀죠. 당시 노하우로 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개인 공간 대관사업을 시작했습니다.(웃음)"

Q.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 왜 법인사업자로 도전하셨나요.
"저는 추진력이 강한편입니다. 자기 의견도 센편이죠. 회사에서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지만, 계속 똑같은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나라는 존재가 없어질 것 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어요. 클라이언트와 일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오는 불만과 스트레스로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늘상 화가 나있더군요. 내 젊음을 그렇게 소진하고 싶지 않았어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불안하고 리스크가 있더라도 사업이 저의 적성과 맞는 길이라 생각했죠."



Q. 어떻게 공간대여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자투리 공간을 공유해 돈을 벌고 싶었어요. 공간 대여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초기에는 마케팅에 어려움이 컸지만, 플랫폼에서 공간 세팅부터 고객을 모으는 일까지 도움을 많이 받아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부업으로 소독업을 시작했을때도 시너지를 낼 수 있었죠."

Q. 호스트 적성은 맞으셨나요.
"어릴때부터 건축가나 인테리어 일을 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좋은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았죠. 어린 시절 제가 받은 느낌을 게스트에게도 온전히 돌려주고 싶었었어요. 그렇게 2000년대 초기 뉴트로 컨셉트로 <유미의 방>을 만들었죠. 20년전 그때 그 시절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물건을 하나 하나 발품을 팔아 샀어요. 그렇게 고생해서 공간을 열었는데 처음 한달 동안 예약이 0건이었어요. '무엇이 잘못됐을까' 고민이 컸죠. 그러나 어느순간 예약이 폭발했어요. 알고보니 어느 한분이 SNS에 '이 공간 만든 사람 천재다. 미쳤다'라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입소문이 났더군요. 저도 그 글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렇게 <은미의 아뜰리에 화실>, <1994 선미의 서재>, <교토 여작가의 작업실> 등 연속적으로 저만의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죠. 이제는 팬들도 있을 정도에요."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해요. 비수기 때는 새로운 콘텐츠를 연구하는데 시간을 씁니다.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옛날 소설이나, 일본 소설, 영화화 된 소설 등을 읽으면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영화나 만화책도 넘나들면서 머리속에서 다음 공간을 기획 하고 있죠. 성수기 때는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데 시간을 써요. 몇날 며칠씩 머물면서 뜯고 고치면서 의도한 공간이 구현될 때까지 반복하죠. 미리 리스트를 써서 오지만 거의 즉흥적으로 탄생하곤 하죠.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지방 곳곳의 소품창고를 찾거나, 촬영 소품 판매점 및 중고 거래 등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구매 채널로 그 물건을 얻을 때까지 발품을 팔아요. 물건 배치에 정말 시간을 많이 씁니다. 공간 기획자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작가와 비슷해요. 첨삭을 하듯 여러번 칠하고 다시 쓰면서 완성을 하죠. 저는 주로 공간을 기획하거나 컨셉트를 완성하는데 시간을 쓰고, 직원을 둬 관리나 응대를 하고 있습니다. 1년 내내 기획하는데 시간을 써서 직장생활할 때보다 워라밸은 안좋아졌죠.(웃음)"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고생해서 만든 공간이 예약률이 낮아 흑자전환이 빨리 되지 않을 때는 불안하고 힘이 들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 따뜻한 후기글을 보고 힘이 난 적이 많습니다. 내가 창작한 공간을 보고 '미술팀이나 영화쪽 미술감독으로 일하셨나요?'라는 질문을 주셨을때 단순히 돈을 넘어 뿌듯한 감정 이상을 받습니다. 2년 넘게 꾸준히 찾는 단골도 있습니다. 이미 찾은 공간도 2개월에 한번씩 다시 와주시기도 하죠. 어떤분은 한 공간을 40회 넘게 오셨어요. 그분들께서 저의 공간은 '안정감이 들고, 오리지널리티를 느낀다'고 하셨을때 감동을 받았죠."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제 공간을 찾아 저의 컨셉트와 기획을 그대로 베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말 고생해서 기획한 공간인데 쉽게 스케치해서 빼앗아 가시면 화가 많이 났죠. 그러다 한 책에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자가 되려면 팔로워를 견뎌라'는 글귀를 봤어요. 그 말이 정말 힘이 됐어요. 내 공간의 컨셉트와 창작물이 남들이 베끼고 싶을 만큼 좋은 것이라면 저의 감을 믿고 가도 되겠다고 자신감을 가졌죠. 가짜나 카피는 태풍이 왔을때 무너지지만 진짜가 가진 진정성은 어둠을 뚫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간 기획물을 지적 재산권으로 보호를 받을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Q. 공간 운영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기획자는 결국 공간으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공간의 수명은 1년 정도입니다. 아무리 예뻐도 유행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죠. 제 공간들도 인기를 끌었던 초기 모델도 계속 변화를 주지 않으면 고객이 끊깁니다. 쉬지 않고 계속 다양하게 변화를 줘야합니다. 계속 공간을 만들어도 항상 어렵죠. 10개를 시도하면 9개는 난항을 겪죠. 계속 실패를 하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고객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부대 서비스와 할인을 시도해봤지만, 결국에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왔어요. 고객에게 새로운 감동과 머물고 싶은 재미를 주는 것이 이 비즈니스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이번 여름에는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정 특별 콘셉트 공간을 기획중입니다.(웃음)"

Q. 부동산은 어떻게 고르셨나요.
"에이전시를 그만두고 처음 회사를 창업하면서 강남 공유오피스에 입주했습니다. 공간은 좁은데 월 사용료가 너무 높았죠. 이 비용이면 건물 하나를 렌트 할 수 있을 정도였죠. 한쪽은 사무실로 쓰고 남은 공간을 대여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3층 단독 주택을 찾았습니다. 지역은 강남이라 저렴하지 않았지만, 전체를 쓸 수 있어 제격이었죠."

Q. 계약 형태는 어떤가요.
"월세와 부가세를 포함해 매달 550만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보증금은 5000만원이고, 평균 고정비(공과금)가 100만원에서 150만원 정도 나오고 있죠. 겨울에는 난방비로 인해 월 200만원정도 나왔습니다. 직원은 파트타입 스태프가 2명이 있고, 프리랜서로 사진 촬영 등 작업을 도와주는 서포터가 2~3명이 있습니다."

Q. 3층 주택에서 몇개의 공간을 운영하시나요.
"저만의 독특한 10가지 공간에 하루 평균 5개 팀이 방문합니다. 성수기에는 하루 최대 35팀까지 오셨었죠. 지금까지 대략 1만명 넘게 와주셨어요. 현재까지 △강의실 △회의실 △공유오피스 △파티룸 △영화관 등 20가지 넘는 공간을 시도했습니다. 컨셉 스튜디오는 15가지 정도 형태로 운영했었습니다."



Q. 부동산을 찾는 노하우가 있나요.
"부동산은 발로 뛰어야 해요. 마음에 들었던 건물은 낮에도 밤에도 찾아보면서 주위도 엄청 돌아보면서 결정했죠. 건물을 고를 때 공간은 건물안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건물 자체뿐 아니라 건물을 둘러싼 모든 것을 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웃에 누가 사는지 관계는 어떤지 같은 것이죠. 소음 이슈(옆 건물이든, 내 건물이든)가 생기면 지옥 같은 시간이 되거든요. 또 쓰레기 문제나 악취 민원이 많은 동네 분위기 인지 등등 고려할 것이 많습니다. 주변에 묻고 여러날 지켜보면서 살펴야 하죠. 업종에 따라 주차가 중요한지, 채광이 좋은지 조용한지 등 니즈 분석 후에 진행해야 합니다. 건물이 좋아보여도 덜컥 계약하지 말고, 부동산 중개사가 좋다 좋다 해도 낚이지 말고 차분히 여러날 살펴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팔려나가요'라고들 말하지만 가격대가 있는 건물들은 중개사의 속삭임처럼 빨리 나가지 않거든요(웃음)."

Q. 수익은 어떻게 되시나요.
"작년 성수기에는 최대 매출 월 5000만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은 잘 나오지만 지금 건물은 고정 비용이 높고, 비성수기도 고려해야 합니다. 순수익은 6개월 만에 달성했습니다. 공간 피벗(전환)만 10번 넘게 하면서 얻어낸 결과죠."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강남에서 단독주택 3층 전체 대관을 하다보니 고정 임대료가 높아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그중 공과금이 작년에 비해 엄청 올랐습니다. 전기나 가스가 체감 2배 정도 뛰었어요. 몇달치가 쌓이면 순수익에 영향을 줄 정도죠. 공간 컨셉트 기획비용도 많이 듭니다. 소품과 기획에 주기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요. 이 부분은 저의 고집스러운 부분이 큰 것이 원인입니다."

Q. 제2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말리는 편입니다. 몸도 고되고 창작의 고통도 크죠. 매출이 좋은 달도 있지만 적자가 나는 달도 감당해야 합니다. 세달동안 1000만원을 잃어도 괜찮은지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업이 잘되는 시간까지 버티기가 생각보다 너무 어렵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따박따박 월급이 나왔지만, 이제는 어디서 돈이 새는지를 꼬박꼬박 지켜봐야 하죠. 하지만 그만큼 기회도 큽니다. 나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돈을 벌면 모두 내 수입이기 때문이죠. 본인이 버틸 수 있는 적정선을 지키면서 도전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이 있어요. 사업을 하다보니 오르내림이 심한 날에 투정을 부렸거든요. 그때 어머니가 '너는 온실에서 자란 애가 아니라서 햇빛과 태풍을 다 겪으며 사계절을 제대로 부딪힌 아이다. 다시 자라고 다시 피어날 사람이다'라는 말에 위로를 얻었습니다. 저는 온실형 인간이 아니라 사계절 다채로운 숲을 만들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나만의 사업은 고되지만 오롯이 자신을 키워 나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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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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