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엘니뇨가 찾아온다고?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필요한 이유 [긱스]

입력 2023-05-23 17:13   수정 2023-05-23 17:14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여름에도 '전기료 폭탄'이 날아올까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쪽에선 전기료 인상이 다른 쪽에선 정전사태가 전력 시스템을 짓누르고 있는데요. 그 해결책으로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꼽히고 있지만,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장애물도 존재합니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이 스마트 그리드 기술이 기존 전력망을 혁신하는 방법을 한경 긱스(Geeks)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올해 여름 ‘슈퍼엘니뇨’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5월인데 벌써 기온은 30도에 육박하고 있죠. ‘역대급 폭염’의 우려가 커지는데 최근 전기료까지 인상됐습니다.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의 시즌2로 ‘냉방비 폭탄’이 현실화할 수도 있습니다. 일시적인 전력수요 증가로 인한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도 대비해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폭염으로 인한 우려는 국내에 한정된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이런 문제가 커져만 갑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폭염에 대비한 비상용 발전기를 구비해 놓으라”고 미국 시민들에게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정전사태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3억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스마트그리드는 이런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히는 기술입니다. 기존의 전력 체계에 IT나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크게 증대시키는 기술을 말합니다. 전력 체계의 효율을 높여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집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주니퍼 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 구축만으로도 축구 경기 4,200만회 이상을 개최하는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그리드가 뭘까

스마트그리드에서 사용되는 그리드(grid)는 사전적으로는 바둑판의 눈금과 같은 ‘격자’를 뜻합니다. 디자인,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단어인데, 전력 체계에서는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망’을 뜻합니다.

스마트그리드는 말 그대로 기존 전력망보다 똑똑한 전력망을 말합니다. 현재의 전력망은 발전→ 배전 및 송전 →사용의 3단계 과정을 거칩니다.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변전소까지 이동합니다. 이를 송전이라고 합니다. 변전소는 전기의 높은 전압을 낮춰 배전 선로를 통해 전기 사용자 주변의 변압기로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변압기에서 다시 우리가 사용하는 220V로 전압을 낮춰 가정에 공급하게 되죠.

대형 발전소 중심의 중앙 집중적인 발전 방식을 가지고 있고, 사용자와 생산자가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구조입니다. 전기 생산자가 전기 수요를 예측해 생산하고, 사용자는 필요할 때 전기를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스마트그리드는 이런 한 방향 전력망에 IT 기술과 인공지능(AI),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테크를 접목하는 형태입니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전기사용에 대한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기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고, 사용자 입장에서도 공급받는 전기의 가격이나 사용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기의 수요공급이 발생하는 지역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사고를 예측할 수 있고, 사고가 발생해도 빠르게 복구가 가능해집니다.
왜 스마트그리드가 필요할까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그리드를 스마트그리드로 바꾸기 위한 시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그리드가 약 100년이 된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죠.

전기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만해도 소규모발전소와 전기회사가 매우 많았습니다. 각 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었죠. 전력 체계가 사업자마다 달라서 어떤 전기제품은 다른 사업자 전력 체계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를 통합한 것이 에디슨의 비서 출신인 사무엘 인설이라는 사람입니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경쟁을 다룬 영화 '커런트워'에서 톰 홀랜드가 연기한 사람이죠. 사무엘 인설은 분산화된 전력망을 하나로 통합하고 대규모 발전 형태로 변환하면서 전기의 독점을 꿈꿨습니다.

다음은 버클리 데일리 가젯트에 실린 그의 부고기사 중 일부입니다.

“사무엘 인설은 6000개가 넘는 전력 설비를 장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가동하기 위해 7만2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고 그 서비스를 받는 인구는 1000만명에 달했다”

사무엘 인설의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전 세계의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급증한 전기 사용은 많은 문제를 낳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후변화입니다. 탄소 중심의 발전은 자원고갈과 지구온난화 문제를 야기하게 됐고, 현재 수많은 국가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1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1.5%에 탄소 가격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화력발전이 아닌 탄소배출이 없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현재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당장 유럽의회는 지난해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제품 생산에 쓰인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환경보호를 위해 탄소를 줄이는 것이 아닌, 산업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신재생에너지 접목이 필요한 것이죠.

문제는 지금의 그리드가 중앙화된 화력발전 체계에서 갖춰진 형태라는 점입니다. 전기차 등의 보급으로 전기의 사용량은 향후에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재생에너지원이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중앙화된 발전체계가 아닌 곳곳에 발전소가 설치되는 마이크로 그리드 형태의 발전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지는 셈이죠.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전 세계 곳곳에서 자주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정전으로 인한 피해는 기업들에도 소비자에게도 심각하게 작용합니다. 2019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 28분간의 정전이 발생했는데 당시 피해액만 약 500억원에 달합니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현재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핵심은 ‘정보교환’입니다. 전기 생산과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데이터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대형 화력 발전 외에도 신재생에너지, ESS, 전기차 등이 전기를 제공하는 소규모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전기 데이터를 취합해 소프트웨어적으로 관리하고 기존의 전력시장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업을 가상발전소(VPP)라고 합니다.

한국전력과 같은 기존의 전력 유통사업자는 VPP의 전력과 기존 석탄 및 원전 발전량을 취합해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하게 됩니다. 스마트그리드에서 또 하나의 차이점은 소비자도 전기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로에너지빌딩(ZEB)이 의무화되면서 대형 건물에는 자가발전 설비가 들어서게 됩니다. 각 가정이나 공장에서도 현재 태양광과 같은 자가발전설비를 구축한 곳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전기를 사용하면서 되파는 프로슈머(Prosumer)가 됩니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VPP를 통해 다시 한국전력에 제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스마트그리드 시장에는 단계별로 많은 기업이 서비스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설립한 사이드워크 인프라스트럭쳐 파트너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내 가상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10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가상발전소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SK에너지는 태양광 등 소규모 분산 전원을 모아 20MW급의 발전 능력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V2G(Vehicle-to-Grid) 기술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V2G는 전기차 잉여 전력을 그리드에 공급하는 기술입니다. 전기차가 소규모 ESS로 활용되는 셈이죠.

관련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드위즈는 국내 최초로 전기차를 활용한 전기 판매 그리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전력 감축을 요청하고 고객이 이를 수용할 경우 감축량만큼의 정산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기에 가능한 대표적인 수요반응(DR) 서비스입니다.

에너지 스타트업인 엔라이튼은 전국 곳곳의 태양광발전소 및 전기차 충전기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모아 통합하고 전력 거래에 활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네이버, 한국전력과 함께 제3자 전력거래계약(PPA)을 체결했습니다. 건물 에너지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인 케빈랩은 아파트, 제로에너지빌딩, 공장 등의 전기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30년 214조 시장으로 고성장

글로벌 스마트그리드 시장 규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 360억달러(한화 48조원)에서 연평균 18.2% 성장해 2030년에는 약 1,600억달러(한화 214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시장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됩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약 3.3조원 수준으로 예측되며 정부의 투자 및 추진계획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열린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에서 “향후 5년간 지능형전력망 분야에 약 3조7,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IT 기술이 접목된 가상발전소를 올해 말 제주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후 2025년 말에는 전국에 확대할 예정입니다. 2024년까지 공공중심으로 저압용 지능형 검침 인프라(AMI) 구축도 완료할 계획이죠. 이런 시스템 구축을 통해 2027년까지는 프로슈머형 전기 소비자인 국민 DR 고객을 2만 명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면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에너지원을 얻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50년 탄소중립에 있어 재생에너지원 확보보다 에너지효율 향상이 더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또다시 전기 사용에 대한 걱정이 커지겠죠. 매년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개선되고 일상에 적용되면서 이런 걱정도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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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관찰하고, 이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마중물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매일 스타트업을 만나 혁신적인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여러 경험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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