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은 '탱크' 최경주…짧아진 비거리 '정교함'으로 채웠다

입력 2023-05-22 18:32   수정 2023-05-23 00:30

지난 21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선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백석현(33)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가 있었다. ‘탱크’ 최경주(53·사진)다.

힘이 펄펄 넘치는 20~30대 젊은 골퍼들과 겨뤄 이 대회 최다 커트 통과(20회) 신기록과 함께 공동 19위란 괜찮은 성적을 내서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해 8승을 달성한 한국 최고 골퍼라고 해도,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이 정도 성적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1, 2라운드에서는 코리안투어 대표 장타자들과 한 조에 편성되는 ‘불운’까지 겹쳤다. 라운드를 함께 한 김비오(33)는 코리안투어 비거리 랭킹 1위이며, 정찬민(24)은 지난달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350야드가 넘는 장타를 날려 ‘한국의 욘 람’이란 별명을 얻은 골퍼다.

그에게 “젊은 장타자들과 한 조가 돼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았냐”고 묻자 2004년 이야기를 들려줬다. “더스틴 존슨, 개리 우드랜드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적이 있어요. 드라이버로 나보다 100야드 이상 더 보내는 선수들이죠. 하지만 그날 1등은 저였습니다. 그들이 샌드웨지로 두 번째 샷을 칠 때 저는 5번 아이언을 잡아야 했죠. 그럼 뭐 어떤가요. 어차피 다들 그린 주변으로 공을 보낼 것이고, 승부는 쇼트 게임에서 나는데요. 짧다고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으면 됩니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1라운드 1번홀(파4)에서 이런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줬다. 오른쪽으로 휜 385야드 도그 레그 홀에서 김비오와 정찬민은 우드를 잡고 287야드, 274야드를 보냈다. 반면 최경주는 드라이버를 잡고도 253야드에 그쳤다. 그것도 벙커에 빠졌다. 하지만 미스샷이 아닌 선택이었다. 홀까지 최단 거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경주는 PGA투어에서 ‘벙커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벙커샷을 잘한다. 결국 두 번째 샷을 핀 2m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장타 후배’들은 모두 파에 그쳤다.

이 대회 최경주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61야드(140위)였다. 전성기에 비해 20~30야드 줄었다. 짧아진 드라이브 거리는 정교함으로 만회했다. 페어웨이 안착률 76.79%(18위), 그린적중률 76.39%(11위)가 말해준다.

나이가 들어도 어떻게 실력을 유지하는지 물으니 “비밀인디…”라며 체력훈련 얘기를 들려줬다. 최경주는 “매일 스쿼트 100개, 푸시업 100개를 하고 스트레칭도 30분씩 반드시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몸담고 있는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는 카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러다 보면 골반이 굳어서 결국 18홀을 걸을 수 없는 몸이 된다”며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체 운동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최경주는 미국으로 돌아가 챔피언스투어 PGA 챔피언십, 메모리얼 토너먼트, 위스콘신 대회, 플레이어스 시니어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그가 가장 벼르고 있는 무대는 플레이어스 시니어 대회다. 우승자는 다음 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경주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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