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소를 여는 노무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개업 노무사 사무소는 1990개(노무법인 1152개·사무소 838개)로 2018년 초(1019개) 이후 5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노동정책과 연이은 법률 도입으로 노사가 첨예하게 다투는 쟁점이 늘어나면서 노무사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때 주 52시간제 도입과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 뒤 적절한 임금과 근로시간 계산 등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등도 노동시장의 새로운 쟁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 해석을 뒤집는 판결이 잇따른 것도 이 같은 변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정부의 통상임금 계산법을 바꾼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노사가 합의한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지난해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판결 이후 노사가 서로 다르게 법을 해석하면서 변호사와 노무사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노동 분야는 검찰 수사 대응, 인수합병(M&A) 자문, 공정거래, 지식재산권 등 로펌들의 기존 주수익원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관련 일감이 급증하면서 노동 분야 실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 10대 로펌(김앤장은 비공개)이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수임한 송무·자문업무만 1060여 건에 달했다. 일부 대형 로펌은 노동과 중대재해 분야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노동그룹 변호사는 “주요 로펌의 노동 분야 매출이 5~6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성장세에 맞춰 노동 조직 규모도 키워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노사가 자율적 합의보다 법적 분쟁을 우선시하는 ‘노동의 사법화’ 경향이 강해지는 것도 호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기업 노조위원장은 “임금 산정 등을 두고 사측과 이견이 있을 때 ‘출혈을 감수한 파업투쟁보다는 사법적 대응부터 하자’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곽용희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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