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날 공휴일로 정했는데…바이든 '노쇼'에 실망한 파푸아뉴기니

입력 2023-05-23 14:06   수정 2023-06-22 00:01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와 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으로 미국은 파푸아뉴기니에 4500만달러(약589억원)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파푸아뉴기니에게는 다소 실망한 순간이었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태평양 섬 국가를 방문하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부채한도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순방을 취소하고 곧바로 귀국했다.

파푸아뉴기니는 ‘특별한 손님’인 미국 대통령의 순방을 환영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귀빈을 맞이할 준비를 했고, 순방 당일은 공휴일로 선포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이 ‘노쇼’를 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파푸아뉴기니를 찾아 이날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미·파푸아뉴기니 방위협력협정(DCA)를 맺었지만 파푸아뉴기니가 갈망했던 ‘역사를 만드는 순간’은 아니게 됐다.

마크 브라운 쿡 제도의 총리이자 태평양 제도 포럼 지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파푸아뉴니기를 방문한 많은 태평양 지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취소가 태평양에서 미국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태평양에서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는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수년간 소홀했다가 뒤늦게 따라잡기에 나섰다고 평가한다. 태평양 섬나라 15개국은 세계 해양 영토의 약 20%를 관리한다. 여기에 포함된 해상 항로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호주와 뉴질랜드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태평양에 대한 서방의 관심은 전쟁 이후 시들해졌지만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여러 섬나라들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원조를 보내고, 학교 도로 다리 등 인프라에 투자하며 노력해왔다.

이번 블링컨 장관이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에 도착했을 때도 중국이 건설한 6차선 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했다. 지난해 솔로몬 제도는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해 중국이 이 지역에 첫 군사 기지를 건설함으로서 군사력 범위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브라운 총리는 “태평양의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외교 관계가 잘 수립돼 있다”며 “중국은 태평양 국가들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파푸아뉴기니를 찾았고 4년 전에는 피지를 국빈 방문한 적이 있다.

이렇듯 태평양에서 중국의 입지가 커지지 미국도 뒤늦게 견제하는 모양새다. 30년간 폐쇄했던 솔로몬 제도 대사관을 올해초 다시 열었다. 호주 역시 외교적 관계 개선에 착수했고 국방부와 외무장관들이 최근 여러 섬 국가들을 방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태평양 섬나라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피지 총리 대행은 블링컨 장관에게 “서방 지도자들이 우리와 함께하기보다는 우리에 대해 이야기할 뿐, 회의에 참석하는 섬나라들이 ‘작은 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태평양 섬들은 초강대국 사이에 끼이는 대신 늘어난 관심으로부터 이익을 얻는데 집중하고 있다. 브라운 총리는 “우리 지역이 두 나라의 적대적 격전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개발과 기후 대응을 달성하기 위해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든 피크 미국 평화 연구소의 태평양 제도 선임 고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태평양 정부들은 햇볕 아래에서 그들의 위치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에게 친구도, 누구에게 적도 없다는 것은 대부분 태평양 국가들의 비공식적 슬로건이며 이를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평양 섬 국가들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이 그들의 우선 순위인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태평양 제도는 기후 변화에 극도로 취약하다. 해수면 상승과 강한 사이클론 등 피해가 크다. 브라운 총리는 지난 주말 G7 정상회의에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지만 G7이 세계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브라운 총리는 “기후 변화가 먼 훗날 닥칠 일이 아니라 해마다 계절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후 변화가 우리에 미치는 영향은 허리케인 홍수 폭풍뿐만 아니라 가뭄과 같은 극단적이고 심각한 상황을 포함한다”고 경고했다.

자주 잊혀지는 태평양의 섬 나라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외교 무대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그들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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