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제전망 보고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인디고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표지 색깔을 인디고색으로 정하면서 별칭까지 만든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베이지북', 기획재정부의 '그린북'과 같이 기관을 대표하는 보고서가 되겠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인디고북' 정하기 위해 챗GPT에 물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5일 경제전망 기자설명회를 시작하면서 "경제전망 보고서를 개편하면서 이름을 표지 색상에 맞춰 '인디고북'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김 부총재보는 "인디고색은 '통찰력있는 분석을 기반으로 미래를 헤아리는 지혜를 제공한다는 의미'"라며 "저희가 지향하는 바와 같아서 표지 색상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국내외 주요 기업과 연구기관 중에선 한국경제신문이 제호에 인디고블루를 쓰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KIEP)도 인디고블루가 로고 기본 색상이다.
한은이 경제전망 표지 색상으로 인디고색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조사국 실무진들은 챗GPT를 활용해 색상을 추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재보는 "표지 색상과 애칭을 고민하면서 실무진들이 챗GPT한테 물어봤고, 추천한 몇가지 색상 중 인디고를 고르게 됐다"고 말했다.
한은 외에도 색상을 더해 보고서 등의 별명을 짓는 경우는 많다. 미국 중앙은행의 경제동향보고서는 '베이지북'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달 내는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를 '그린북'이라고 부른다. 보고서는 아니지만 부처 장관들과 부총리가 비정기적으로 하는 현안회의를 '녹실회의'로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과거 부총리 집무실의 벽면이 녹색이었던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현재 부총리 집무실에는 녹색 벽이 없어 녹실이 아니지만 여전히 일부는 이 회의를 녹실회의로 지칭한다.
시나리오 분석 추가…韓 성장률 최악의 경우 1.1%
한은은 경제전망 보고서 표지뿐 아니라 형식과 내용도 바뀌었다. 우선 개조식 문장을 서술식으로 고쳤다. 김 부총재보는 "(서술형 문장이) 기존의 개조식 방식보다 대내외여건과 경제 흐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내용도 크게 확대됐다. 우선 기본 전망만 제시하던 기존 경제전망에 시나리오별 전망을 추가했다. 김 부총재보는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대안적 시나리오 기반 전망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이번 경제전망에서 내놓은 두가지 시나리오는 중국의 경제회복이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 경우에 대한 것이다. 중국 경제회복이 기존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는 경우엔 경제성장률이 1.4%에서 1.1%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대로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1.6%로 더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핵심이슈와 중장기 구조적 이슈를 심도있게 다룬 심층연구를 보고서의 2~3파트로 수록하고,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를 두고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으로 일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경제전망 보고서를 IMF식으로 바꾸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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