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에서 일본·인도로…월가의 큰손들이 움직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3-05-29 18:08   수정 2023-06-28 00:01

올해 하반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세계 경제가 변곡점을 맞으면서 글로벌 자금흐름에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세계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플레이션과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이 윤곽이 잡히는 가운데 새로운 산업도 탄생하고 있다.

최대 변수이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준금리 연 5.2%는 3월 회의 점도표상 최고 금리인 연 5.1%보다 높다. 인플레이션 지표의 하향 안정세, 비둘기파로 채워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 등을 감안하면 6월 회의 점도표에서는 최고 금리가 더 낮아질 확률이 높다.

자금 이동상 유출 면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금리 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각종 캐리 자금의 향방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 직전까지 Fed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미국으로 유입되던 캐리 자금이 이달 들어서는 이탈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달러 약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에서 밀리고 있는 중국은 외국 기업이 본격 이탈함에 따라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세는 심각하다. 작년 10월 공산당대회 이후 하루평균 30억위안대에 머물던 외국인 자금 이탈액은 최근 들어서는 80억위안대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핑크타이드 물결이 다시 덮치고 있는 중남미 지역의 자금 이탈세도 빠르다. 최고 권력자의 장기 집권 야망으로 포퓰리즘이 만연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폭등하고 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이 유럽의 배후 금융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자금의 ‘탈(脫)영국’도 멈추지 않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는 ‘이 많은 이탈 자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990년대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외면당하던 일본으로의 자금 유입세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왼쪽)의 일본 주식 추천을 계기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닛케이지수는 32년 만에 30,000선을 돌파했다.

‘나쁜 엔화 약세의 비밀’도 풀리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최대 장애물이던 나쁜 엔화 약세는 마이너스 금리와 일본식 ‘헬리콥터 벤’ 정책으로 엔화 약세를 도모해도 수출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버핏의 발언 이후 엔화 약세와 닛케이지수 간 선순환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 조치 이후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주력 산업 국가로 향한 자금 유입세도 눈에 들어온다. 감산은 초기 희생이 따르지만, 수급이 개선되면 경쟁사 모두가 혜택을 보는 공생적 게임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를 살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외국인 자금이 집중적으로 유입되면서 작년 3월 말 이후 15개월 만에 ‘7만 전자’를 회복했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 경제의 양대 현안인 무역수지 적자와 낮은 성장률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지 않겠느냐는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테크래시(techlash·빅테크 규제) 이후 대체지로 부각되면서 시작된 인도로의 자금 유입은 인구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더 강해지는 추세다. 지난 4월 말을 기해 인도의 인구는 중국을 추월했다. 앞으로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 과정에서 지경학적 요충지로 스윙스폿 역할까지 기대돼 자금 유입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자금흐름의 변화에서 눈에 띄는 점은 종전과 달리 시장 간 자금 이동은 의외로 조용하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기에 나타나는 채권시장에서 증시로의 ‘그레이트 로테이션’과 증시에서 채권시장으로의 ‘머니 무브’ 현상은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주가와 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불안하고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 나타나는 과도기 현상이다.

월가 큰손들은 발 빠르게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버핏은 일본 5대 상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헤지펀드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오른쪽)는 친시진핑 성향의 테슬라 주식을 전부 처분했다.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과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인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식 비중을 높였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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