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란 말은 1990년대를 풍미한 홍콩 영화감독 왕자웨이의 영화 제목으로 우리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뜻한다. 대외환경 면에서 한국의 화양연화를 꼽으라면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1992년부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까지가 아닐까 싶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덕을 보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시대였다.최근 미·중 패권 경쟁 격화 과정에서 한·중 관계가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안미경중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이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안타깝게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안미경중은 이제 쉽지 않을 것 같다. 세 가지 기본 전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중 양국 경제의 분업구조가 달라졌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간 분업구조는 한국의 중간재를 중국이 수입해 완제품으로 만든 뒤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파는 ‘가공무역’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부품 자급률이 점차 높아졌다. 가전,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서도 중국은 점차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2011~2018년 미국 시장에서 한·중 양국 수출품의 경합도 지수는 0.248에서 0.303으로 상승했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수출품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의미다. 이런 전제 조건 변화로 한·중 관계는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됐다.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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