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마주한 운용업계…"수익률·신뢰 제고 우선" 한목소리

입력 2023-05-30 19:32   수정 2023-05-30 19:34

"지금 운용업은 수익성도, 신뢰성도 바닥 수준이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자산운용업계 수익률·신뢰성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 릴레이 세미나'가 끝난 직후, 행사 패널로 참여했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운용가가 새 먹거리로 달려드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사업은 저보수 관행이 굳어져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고, 사모펀드 사태 등의 여진으로 업계 신뢰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운용시장의 수익률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지 머리를 맞댔다. 이날 세미나에선 수익률 제고 방안으로는 디지털 기술 투자, 운용사 중심의 해외진출, 현지 선두 운용사 인수, 공모펀드 규제 개선 등이, 신뢰성 회복 방안으로는 업계 전반의 자성, ESG 투자 확대 등이 거론됐다.
"공모펀드 규제 개선·해외 진출 등 당국과 업계 노력 동반돼야"
이날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현승 KB자산운용 사장은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운용시장에서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디지털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용사 간의 수수료 경쟁과 ETF 등 패시브 상품 점유율 확대 등으로 운용사 평균 운용보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실제로 공모펀드 시장 평균 보수율은 2019년 0.61%, 2020년 0.54%, 2022년 0.47%로 감소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에 이 사장은 "펀드의 포트폴리오 관리, 투자보고서 작성, 마케팅 자료 분석 등을 자동화해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웹 검색 기록, 뉴스, 금융시장 환경 등과 같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포트폴리오에 반영함으로써 펀드 성과를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국내 운용사 중심의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의 저보수 기조로 수익성을 꾀하기 어려운 만큼, 지역적인 분산 투자가 필요하단 얘기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인지 운용사 중심의 해외 진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에 발을 들인 운용사는 2010년 22곳에서 작년 9월 기준 67곳으로 2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가 오히려 26%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성과가 더 부각된다.

이 사장은 "이미 일부 국내 운용사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선진국 ETF 직접투자 수요를 의식해 선진국가의 ETF 운용사 인수를 적극 꾀하고 있다"면서 "대체투자의 경우에도 해외 우량 딜에 대해 직접 소싱이 가능하고 희소 딜을 빠르게 가져올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한 해외 현지 운용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공모펀드 규제 개선을 통해서도 장기적으로 운용사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TF 급성장으로 공모펀드 시장의 정체기는 더 길어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2020년 미국, 영국 등 12개국 중 최상위를 기록했지만, 작년 들어선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률을 뜻하는 '초과수익률'은 이들 국가 중 6번째로 중간 수준을 나타냈다.

성과가 나쁘지 않은데도 공모펀드가 투자자들 외면을 받는 것은 투자환경 변화에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데다가, ETF는 비용도 일반 공모펀드 대비 낮아 최근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개인의 직접투자는 분산효과가 떨어지고 단기수익에 집중해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직접투자와 패시브 투자에만 집중될 경우 투자 안정성이 낮아지고 시장 비효율성은 높아진다"며 "이로 인해 전문가에 의한 액티브형 공모펀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문가는 액티브 투자를 통해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새 정보를 발견하고 공유되기까지 초과수익을 누리고, 이 과정에서 좋은 기업은 투자자금이 늘고 부실 기업은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액티브 펀드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액티브 ETF 상품이 장내 거래되고 있지만 액티브 펀드는 그 정의상 지수에 연동될 필요가 없는데도 현재 기초지수 연동 의무가 부과되고 있어서 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업계 자성이 먼저"…ESG 투자로 지휘자 역할 나서잔 의견도
업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활발히 논의된 가운데, 일각에선 신뢰성 회복이 우선돼야 한단 시각도 나왔다.

이준구 우리은행 제휴상품부장은 패널토론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금융투자 업계에선 약 5년 단위로 소비자 보호와 직결된 굵직한 사고들이 일어난 것 같다. 최근에는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가 대표적인 예"라면서 "물론 최근 당국과 시장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고 교육프로그램도 늘리고 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그럼에도 왜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는지 등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복잡한 구조의 해외 금융상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경우 판매사는 고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했는지, 운용사들은 판매사한테 위험요인을 충분히 공시했는지 등을 돌아보면 아쉬운 지점들이 많을 것"이라며 "금융사가 형식적인 책임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책임을 잘 지고 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바이사이드(Buy-side)로서 운용사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펀드 사고 등으로 무너진 신뢰를 ESG 투자로 끌어올릴 수 있단 의견이다. 박미라 보스턴컨설팅그룹 상무는 "자산운용업이란 것은 막대한 자본을 갖고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단순히 투자를 하는 투자자, 혹은 고객 자산을 불려주는 자산관리자 역할을 넘어서 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지휘자 역할을 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상무는 "ESG 투자가 수년 전부터 화두가 돼 왔단 점은 수많은 글로벌 보고서에서 입증돼 왔다"며 "운용사들이 ESG 친화적인 기업들에 보다 투자를 늘림으로써 사회 변혁을 주도한다면, 업계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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