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해산' 경고에…야간집회 접은 민노총

입력 2023-05-31 18:38   수정 2023-06-01 01:0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31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14곳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큰 충돌 없이 해산했다. 경찰이 최루제인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며 엄정 대응을 예고한 데다 여론 악화를 의식한 민주노총이 ‘강 대 강’ 투쟁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집회로 꽉 막힌 도심
민주노총 조합원 2만여 명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윤석열 정권 퇴진’이 적힌 팻말을 든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건설노조를 탄압하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과 광주, 부산 등 민주노총 전국 14개 지역 거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총 3만5000여 명(주최 추산 5만5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집회로 서울 도심 교통은 온종일 마비됐다. 집회 측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부터 광화문 방면 편도 네 개 차로를 500m가량 점유했다. 반대 차로는 안전을 위해 경찰이 막으면서 세종대로 모든 차선의 통행이 제한됐다. 본 집회에 앞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용산 대통령실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각각 5000여 명이 모인 집회를 열었다. 경찰청 앞에선 전국금속노동조합원 2500여 명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사전집회를 마치고 세종대로로 행진하면서 인근 도로 곳곳이 통제돼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집회 측은 오후 5시께 경찰의 집회 종료 요청에 따라 본 집회를 해산했지만 오후 7시께부터 다시 청계천 인근에서 조합원 20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산업 현장의 피해도 막심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지침으로 기아, 현대제철 등 전국 곳곳의 생산 현장도 멈춰 섰다. 기아 노조는 오전 출근인 1조와 오후 출근인 2조가 네 시간씩 총 여덟 시간 파업을 벌였다. 전 차종이 부분적 생산 차질을 겪었다. 현대제철 울산 1공장도 네 시간 동안 생산을 중단했다. 울산공장 협력사 지회의 근로 거부 때문이다. 생산이 중단된 제품은 강관 및 경량화 제품이다. 네 시간 중단 후 바로 생산을 재개해 제품 판매에는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했던 충돌은 없어
경찰이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집회 측과 경찰 사이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본집회에서 양측은 집회 구역을 제한하는 펜스 위치를 둘러싼 실랑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일각에선 경찰의 강경 대응 기조가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경찰은 집회에 대비해 서울에만 경찰 7200여 명을 배치하는 등 전국에 1만2000명을 동원했다. 집회 측 불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최루액 성분인 캡사이신 분사기를 소지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캡사이신 분사기가 집회 현장에 등장한 것은 2017년 3월 후 처음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경비 대책 회의에 참석해 “신고 시간을 초과해 집회를 이어가거나 야간문화제를 빙자해 불법집회를 강행할 경우 해산 조치하겠다”며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캡사이신 분사기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6~17일 민주노총 노숙 집회 당시 경찰 대응을 두고 비판 여론이 일자 경찰은 불법집회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경찰 기동대를 중심으로 불법 집회·시위 해산과 불법 행위자 검거를 위한 특별훈련을 한 경찰은 같은 날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야간문화제도 강제 해산시킨 바 있다.

민주노총은 이어진 야간 집회에서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씨 분향소를 기습 설치하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분향소 철거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조합원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민주노총은 당초 야간 집회를 마치고 경찰청으로 행진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하고 밤 8시께 자진 해산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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