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안 가요"…너도나도 일본여행 가더니 벌어진 일 [오정민의 유통한입]

입력 2023-05-31 21:00   수정 2023-05-31 21:30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해외로 나간 한국인들 지갑이 활짝 열렸다.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와 내국인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여가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던 국내 호캉스(호텔+바캉스) 수요는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수지 적자 3년 반만에 최대…해외서 카드 쓴 금액 '쑥'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3년 전에 버금가게 불어났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행수지 적자액은 32억3500만달러로 2019년 3분기(32억8000만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 여행수입은 30억8600만달러, 여행지급은 63억2100만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1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1분기(-53억1400만달러)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관광수지 적자가 여행수지 적자 규모를 키웠다. 여행수지에서 유학·연수 수지를 제외한 일반 여행객 관련 서비스 수지가 지난해 4분기 17억6100만달러에서 1분기 25억8500만달러로 46.8% 늘었다.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폭증한 결과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를 찾은 한국 관광객은 497만9000명으로 지난해 4분기(320만8000명)보다 55.2%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40만6000명)와 비교하면 1127.5% 폭증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외국인의 무비자 개인 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여행 수요가 몰린 방일 관광객이 160만700명(한국은행 집계)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에서 내국인의 씀씀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카드 해외사용금액이 46억달러에 달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통한 해외 직접구매(해외 직구) 수요뿐 아니라 해외여행이 늘어난 결과란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국내 거주자의 카드(신용·체크·직불) 해외 사용금액은 46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50.3%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40억1000만달러)보다도 14.8%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1분기(35억9800만달러) 이후 최대치이자 사태 발생 전인 2019년 4분기(48억8300만달러)에 가깝게 불어난 수치다.

한은은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내국인 출국자 수가 늘었고,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해외 직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여행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더뎌 적자 규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71만4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2019년 1분기(384만2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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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부 해외 온라인 여행사(OTA), 저비용항공사(LCC) 관련 소비자상담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약관을 사유로 취소나 환불, 교환 지연 및 거부를 하고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일례로 올해 1분기 해외 OTA 키위닷컴 관련 소비자 상담이 급증했다. 1분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키위닷컴 관련 피해 사례는 95건으로 지난해 1분기(7건)의 10배가 넘었다. 지난해 4분기(46건)보다도 급증했다.

접수 사례 대부분이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89건·93.8%) 사례였다. 키위닷컴이 판매 페이지에 ‘자발적 취소 시 환불 불가’ 조건을 표기했다는 점을 들어 환불을 거부했고, 적립금 10유로(약 1만4000원)만 지급됐다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약관에 따르면 소비자는 개별 항공권 환불 규정에 의해 환불받을 수 있는 금액인 전액 또는 취소수수료 공제 후 잔액이 아닌 10유로 적립금만 돌려받게 돼 있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키위닷컴 등 8개 해외 OTA에 약관 개선을 권고했으나 키위닷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아메리칸항공 등 4개 항공사는 키위닷컴에서 자사 항공권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상태다.


LCC 중에서는 비엣젯항공과 에어아시아 관련 소비자상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접수된 비엣젯항공과 에어아시아 관련 소비자 상담은 각각 139건, 142건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27.9%, 33.6%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접수된 비엣젯항공 관련 상담 중 다수(92건·66.2%)가 취소나 환불, 교환 지연 및 거부 사례였다. 특히 55건이 크레디트 지급에 대한 불만 내용이었다. 비엣젯항공은 2021년 6월부터 항공권 구입한 후 취소하면 적립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약관을 사용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소비자 사정에 따른 취소뿐 아니라 운항 취소, 일정 변경 등 항공사 사정으로 인한 취소에도 구입대금을 크레디트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크레디트 유효기간이 1∼2년가량이고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어 해당 기간 내 비엣젯항공을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를 입게 된다. 공정위는 해당 약관에 대해 지난달 시정 권고를 했고, 비엣젯항공이 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등의 처분을 할 예정이다.

에어아시아는 취소 환불 교환 지연 및 거부(75건·52.8%), 계약 불이행(63건·44.4%) 관련 상담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환불이 장기간 지연된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3개월 이상 환불 지연이 절반 이상(19건·57.6%)이었고, 특히 2년 이상 환불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5건(15.2%)이었다. 에어아시아는 문의량 급증을 환불 지연 이유로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금난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에어아시아가 '적립금(크레디트)으로는 빠르게 환불 처리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이 경우 철회가 불가능하다. 유효기간 등 사용 제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호캉스 수요 감소…"3월 예약건수 작년 9월보다 최대 30% 감소"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팬데믹 기간 해외여행 대체제로 활용된 국내 호캉스 수요가 급감했고, 강원도 등 여행지의 숙박 수요가 줄어들었다.

여가 플랫폼 야놀자 산하 여행업 연구센터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객실 수요는 지난해 4분기보다 감소했다. 특히 올해 3월 국내 숙박 예약건수를 지난해 9월과 비교한 결과, 5성급 호텔과 4성급 호텔 예약건수가 각각 26.4%, 17.4% 급감했다. 3성급 호텔 예약건수도 31.7% 줄었다. 펜션 예약건수 역시 18.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객실점유율(OCC)은 여행객 수요가 대부분인 펜션·리조트와 4·5성급 호텔에서 하락했고, 지역별로 강원도의 수요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 4성급·5성급 호텔의 OCC는 지난해 4분기 65.9%, 68.7%에서 58.4%, 61.7%로 7%포인트가량 하락했다. 펜션(지난해 4분기 OCC 45.2%)과 리조트(54.9%) OCC 역시 2~3%포인트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 지역 호텔, 펜션 등 OCC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4성급, 3성급, 1·2성급 호텔 모두 지난해 4분기보다 OCC가 약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국내 숙박업소 객실 수요 감소세는 내국인 해외 여행객이 급증했으나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더딘 결과로 풀이된다.

야놀자 리서치는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2019년 기준 34.4%)이 아직까지 한국행 단체 관광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전체 방한 관광객 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한 관광객은 일본, 동남아, 미국 등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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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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