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나는 '짠물' 출신, '민물' 얘기 잘 들었다" [강진규의 BOK워치]

입력 2023-06-01 14:08   수정 2023-06-01 16:59

"짠물(saltwater) 학교 출신으로 질문하겠습니다.", "민물(freshwater) 학교의 관점, 잘 들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출신인 나라야나 코첼라코타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와 정책 대담을 하면서 '짠물'과 '민물'을 언급했다. 자신은 짠물 출신, 사전트 교수와 코첼라코타 교수의 발언은 '민물의 관점'으로 표현했다.

경제학에서 짠물과 민물은 거시경제학의 접근 방식에 따라 나눈 것이다. 시장을 중시하는 것이 '민물',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것이 '짠물'이다. 이는 1976년 로버트 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양측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처음 나왔다.

이 같은 경제학적 분류에 짠물과 민물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지리적 배경과 관련이 깊다. '민물'은 시카고대, 카네기멜론대, 스탠퍼드대, 코넬대, 노스웨스턴대, 미네소타대, 위스콘신대, 로체스터대 출신 경제학자들을 지칭한다. 미국 시카고, 피츠버그, 이타카 미니애폴리스, 매디슨, 로체스터 등에 있는 학교들로, 오대호(Great Lake) 근처에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호수는 민물이니까 이들을 민물로 부르는 것이다.

반면 짠물은 미국의 동부와 서부 해안가에 있는 학교들이 해당한다. UC버클리, UCLA, 브라운대, 듀크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펜실베이니아대,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 예일대 등이다. 바닷물이 짠 것을 감안해 이들을 짠물로 부르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자신을 '짠물 학교 출신'이라고 부른 것이다.

사전트 교수는 UC버클리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받는 등 짠물에서 공부했지만 교수로서는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미네소타대(1971~1987)와 시카고의 시카고대(1991~1998)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보냈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물지역인 미니애폴리스의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냈고, 현재 로체스터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짠물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총수요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경기 순환 전반에 걸쳐 경제를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큰 정부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반면 민물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규칙을 정하는 정도에 그쳐야한다고 보며, 공공지출의 임의적인 변화를 통한 경제안정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또 민물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정책을 바꾸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이에 반응해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줄어든다고 본다. 이른바 '합리적 기대' 가설이다.

사전트 교수는 합리적 기대 가설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고(故)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이날 사전트 교수는 고 루카스 교수와의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슬픈 얼굴로 "나는 아직도 울고 있다"며 대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분류가 현재 명확하게 나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미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006년 이와 관련해 "기존의 접근방식의 강점을 병합하는 새로운 '종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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