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경기장 홀로 채웠다…그룹·솔로 가장 이상적인 '태연' [리뷰]

입력 2023-06-04 19:36   수정 2023-06-04 19:56


가수 태연이 1만8000여명의 팬 앞에서 노래했다. 아이돌 그룹으로도, 솔로로도 가장 이상적인 행보를 걸어가고 있는 그는 2시간 동안 24곡을 부르며 '믿듣탱(믿고 듣는 태연)' 수식어를 입증해냈다.

태연은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 '디 오드 오브 러브(The ODD of LOVE)'를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공연이다.

태연이 단독 콘서트를 여는 건 2020년 1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팬들의 긴 기다림을 대변하듯 이번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 이틀간 1만 8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7년 8월 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해 팀 내 메인보컬로 탄탄한 가창력을 선보여왔던 태연은 K팝을 대표하는 여성 솔로 가수로도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그룹, 솔로 다 균형감 있게 최고의 성과를 거둔 여성 가수로 평가된다. 여자 솔로 가수가 체조경기장에 입성한 사례는 패티김, BMK, 인순이, 아이유까지 극소수인데, 특히 그룹과 솔로 모두 이곳을 매진시킨 아이돌은 태연이 유일하다.

숱한 히트곡을 탄생시킨 태연인 만큼 이번 콘서트는 풍성한 세트리스트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공연의 포문은 최고의 히트곡 'INVU'가 열었다. 긴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태연이 무대에 나타나자 우렁찬 팬들의 함성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또렷하게 들리는 관객들의 떼창, 이를 뚫고 날카롭게 꽂히는 태연의 보컬이 강한 전율을 일으켰다.

태연은 오프닝에서만 6곡을 소화하며 당대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임을 입증했다. 관객들과의 떼창으로 완성한 'INVU'에 이어 '캔트 컨트롤 마이셀프(Can't Control Myself)', '그런 밤', '셋 마이셀프 온 파이어(Set Myself On Fire)', '사이렌(Siren)', '콜드 애즈 헬(Cold As Hell)'까지 초반부터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가창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여기에 강렬한 밴드 연주와 화려한 폭죽까지 어우러져 그야말로 '제대로 힘준' 오프닝이 완성됐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후 끊이지 않는 함성에 태연은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리고는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태연은 "어제보다 더 목소리가 크고, 벌써 열기가 뜨겁다"면서 재차 객석 곳곳을 둘러보며 관객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오랜만의 공연인 만큼 설렘과 기쁨도 배로 느껴졌다. 태연은 "3년 동안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다. 보고 싶었다"면서 "작년에 소녀시대 팬미팅 때 체조경기장을 채웠고, 오늘 이렇게 혼자서 또 체조경기장을 채우게 됐다"며 감격했다.

'캔트 컨트롤 마이셀프' 전주가 끝나고 노래를 시작하려다가 "다시 하겠다"며 무대를 재시작하는 작은 실수가 있기도 했는데, 태연은 "물을 먹다가 사레가 들렸다"고 밝혔다. 이어 "16년을 해도 이렇다. 뭘 해도 얌전히 하질 못한다"면서도 "하지만 이게 밴드와 라이브로 하는 맛이지 않겠느냐"고 말해 박수가 쏟아졌다.

"오랜만에 여러분들을 봐서 좋아요. 이 마음으로 바로 여러분들을 위한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진심을 담은 당찬 외침과 함께 태연은 보컬, 댄스의 매력을 각각 엿볼 수 있는 무대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앨범의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많은 음악 팬들에게 '숨은 명곡'으로 회자되는 '유 베러 낫(You Better Not)'과 '스트레스'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일제히 기립했다. 청량·해방감이 느껴지는 '유 베러 낫'과 뜨겁고 폭발적인 분위기의 '스트레스'가 각각 밴드 라이브와 최고의 시너지를 이루며 현장을 단숨에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명곡의 향연에 무게감 있는 밴드 세션, 쩌렁쩌렁한 태연의 목소리, 팬들의 열띤 호응으로 한층 감동적인 공연이 된 '디 오드 오브 러브'였다. 다채로운 연출도 공연의 재미를 배가했는데, 이번 콘서트는 SM 퍼포먼스 디렉터 황상훈이 맡았다. 화려한 조명과 폭죽 및 불기둥, 향기를 입힌 종이 꽃가루 에어샷 등의 장치 및 효과가 시선을 압도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공연에 대한 아티스트의 자부심이었다. 태연은 "목이 찢어질 것 같은데 너무 신난다"면서 "이번 공연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갈 거다. 쉼 없이 달리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 중간에도 "'벌써 집에 갈 시간이 됐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공연이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을 멋진 추억을 만들어드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플레이리스트(Playlist)', '왓 두 아이 콜 유(What Do I Call You)', '투 더 문(To the moon)', '들불', '월식', '베러 베이브(Better Babe)', '사계', '타임리스(Timeless)', '파인(Fine)', '아이(I)' 등 부드럽다가 거칠게, 거칠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태연의 보컬을 감상하다 보면 새삼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에 감탄하게 된다. 2시간 동안 24곡을 거뜬히 소화해내는데, 각 무대가 놀라울 만큼 완전히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태연은 "'아이'를 함께 부르니 감회가 새롭고 행복하다. 준비하면서 '힘들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힘을 받아 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 3년 동안 (공연을) 안 하고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그가 "앞으로 공연을 어떻게, 언제까지 해나갈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여러 응원의 말들이 쏟아졌다. 이에 태연은 "아마 '죽을 때까지'라고 하시는 것 같다. 그럴지도"라며 미소 지었다.

앞서 태연은 이번 공연의 핵심은 엔딩이라면서 "제일 멋있을 거다. 엔딩까지 봐야 '아 이 공연이 이랬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딩은 '불티'와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s)'이 장식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태연은 오는 10일 홍콩, 24일 대만에서 콘서트를 이어간다. 향후 두 곳 외에 다른 나라들도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태연은 "서울에서의 두 번째 콘서트가 이렇게 끝이 났다. 마무리하려니 아쉽기도 하다"면서도 "여러분들에게 기 잔뜩 받아서 아시아 투어도 잘 돌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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