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조각투자' 범위 넘는다…플랫폼 확장성 높여야"

입력 2023-06-05 16:18   수정 2023-06-05 16:24


금융투자업계의 대표적 신사업 분야로 꼽히는 토큰증권(ST)이 기업의 글로벌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ST 시장이 성공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선 통합형 플랫폼이 필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5일 국민의힘 디지털자산위원회·한국경영정보학회·한국기업법연구소 주최로 열린 ‘우리 기업에 힘이 되는 STO’ 세미나에서 ST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은 플랫폼 기반 연계·확장성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S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이다. 기존 전자증권으로 발행이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를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상업용 빌딩, 예술품, 명품 잡화, 지식재산권(IP) 등 모든 자산이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기존엔 발행과 유통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ST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 하고 있다.
“ST 확장성 높이는 플랫폼·거래소 필요”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선임매니저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나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도 ST와 연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을 CBDC나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면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즉시 결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주요 국가와 글로벌 제도화에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토큰증권이 금융 세계화의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은 투자계약증권, 비금전신탁수익증권 등의 토큰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선임매니저는 “플랫폼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 플랫폼 기업이나 각 업종 대표 기업 등과 협업하고 있다”며 “토큰 증권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금융투자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김종승 SK텔레콤 웹3 CO(컴퍼니) 리더도 테이블코인과 CBDC 기반 거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ST 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며 실질적 수요가 있는 상품을 발굴하고 유동성을 늘려야 한다”며 “ST 플랫폼과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연결하는 디지털자산 연계형 서비스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영화·웹툰 제작 ST 보유자(홀더)에게 해당 영화의 시사회나 웹툰 서비스 이용권 NFT(대체불가능토큰)를 부여하는 식이다.

코스콤은 ST 공동 플랫폼을 제안했다. 기업들에게 공동 분산원장과 공동 플랫폼을 제공하면 ST 사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장 안정성은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완성 코스콤 미래사업TF 부서장은 “가상자산업체가 기존 은행 수준의 기준에 맞춘 거래 플랫폼을 새로 내놓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면 각 기업의 사업 초기 구축 비용을 줄이고, 이용자의 이용료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면 사업자는 고유 영역에 집중할 수 있고, 다른 기관과 공동 상품을 발굴하는 등 협업을 하기도 쉽다”며 “공동 플랫폼을 쓰면 분산원장 충족 조건인 신뢰기관 51% 요건을 자동 충족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ST 발행기관과 유통기관을 각기 따로 둔 채 연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표준과 통신 프로토콜 등을 누가 결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 부서장은 “분산원장이 난립하는 와중 기술 표준이 따로 없다”며 “앞으로 업계 표준을 어느 기준에 맞출지가 앞으로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자금 조달 통로로 ST를 활용하기 위해서도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ST는 기존 증권이 담지 못한 신종 자산 가치를 담을 수 있다. 기존엔 기업이 회사 단위 주식·채권을 발행했다면 ST를 통해선 프로젝트 단위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식이다.

박철영 예탁결제원 전무는 “현행 예탁결제·전자증권제도는 상장사엔 적합한 반면 스타트업이나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엔 불편한 점이 많다”며 “비상장증권의 경우엔 ST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본조달 목적으로 ST 사업을 하기 위해서도 ST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라며 “한 종류 토큰을 한 중개업자가 중개하는 식이 아니라 모든 ST를 발행·유통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홍태호 부산대 교수는 “게임 아이템이 수억원에 거래되는 등 디지털 자산은 이제 ‘진짜 자산’ 취급을 받는 시대가 왔다”며 “이 시장이 제대로 활성화되려면 신뢰성 높은 거래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뢰 가능한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공적인 영역에 있어야 ST에 제대로 된 금융 가치가 확보될 것”이라며 “이같은 거래소를 지역에 설립·운영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보다 유연한 규제 접근 필요”
금융감독당국이 신시장인 ST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도 여럿 나왔다. 윤민섭 전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기존엔 제도 논의가 너무 무겁게 설계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단순히 또다른 증권 시장을 하나 더 만드는 효과만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탁결제원에 ST 등록 심사를 거치게 할 경우 심사요건에 따라 토큰의 내용이나 운영 방식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엔 결국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ST를 발행할 유인이 커진다”고 했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기존 전자증권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스타트업 등 비상장사가 분산원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일시적으로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를 인정받아 규제를 면제받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법 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인석 뮤직카우 전략사업본부장은 “ST 거래 연간 최대 한도가 1000만원 수준으로 제한될 전망”이라며 “IP 등 장기 보유를 하는 투자 상품에 대해서도 이같은 규제가 적용될 경우 상품과 시장에 대한 매력도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규제가 커질수록 오히려 시장의 성숙과 자체적인 안전장치 확보에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며 “선제적으로 ST 발행을 도입한 국가와 제대로 경쟁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시장 참여자에 대해 충분한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 “'전문투자자 위주' 외국과는 달라야”
금융위원회는 일부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지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사무관은 “일각에선 무겁다고 평가하는 기존 제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라며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중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당국은 해외 시장과도 일대일 비교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일부 국가는 ST 발행·유통을 구분하지 않고 한 사업자가 맡고 있다. 현 사무관은 “해외의 경우엔 ST가 전문투자자 위주 시장으로 설계돼 있고, 일반투자자가 참여하기는 어렵다”며 “국내의 경우엔 개인투자자들이 상당히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에 비해) 투자자 보호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당국의 포괄적인 정책 방향 발표 이후 각종 활용 아이디어가 업계에서 나오는 단계”라며 “ST 관련 세부적인 내용은 매우 많은 기존 제도·법규와도 연결된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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