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하는 국가 경제 시스템의 문제다. 화력발전, 시멘트 공장, 제철소 등 생산 시설과 자동차·열차·항공기·선박 등 교통수단에서 막대한 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인 한국은 더 절박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산화탄소로부터 수소와 일산화탄소가 주성분인 '합성가스' 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건식 플랜트를 울산에 세웠다고 5일 밝혔다. 화학연은 이날 울산 남구 황성동 부흥산업 울산공장에서 이산화탄소 활용 건식개질 플랜트 완공식을 열었다. 완공식엔 울산시, 울산항만공사, 한국동서발전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합성가스는 암모니아, 알코올, 플라스틱 등 다양한 화학원료의 구성 물질이다. 기존 석유화학 산업에서 합성가스 생산 공정은 모두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등)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문제가 있다.
화학연 관계자는 "이산화탄소를 메탄(CH4)과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드는 건식개질 기술의 핵심 촉매 및 공정을 독자 개발했다"고 말했다. 기존 건식개질 기술은 반응 과정에서 탄소 입자가 생성돼 촉매가 죽어버리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촉매와 맞춤형 공정을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이 기술을 이전받은 부흥산업은 연간 8500톤의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건식개질 플랜트를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화학연 관계자는 "5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이 플랜트에 넣으면 일산화탄소 8000톤과 수소 500톤이 발생한다"며 "이는 CCU(탄소포집·활용) 기술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이라고 밝혔다.
부흥산업은 생산한 합성가스를 활용해 리튬이온 2차전지 전해질에 쓰는 디메틸카보네이트, 초산, 메탄올 등 다양한 'n차 화합물'도 제조할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