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언니들이 살인자에서 스타가 되는 법 [리뷰+]

입력 2023-06-07 14:41   수정 2023-06-07 14:42



"살인을 저질렀나요? 화려한 외모와 춤이 뒷받침된다면…"

'뜨고 싶은' 언니들의 살인과 탐욕, 폭력과 배신으로 27년 동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사랑받아온 뮤지컬 '시카고'의 오리지널 팀이 내한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예고했다. 브로드웨이의 전설로 불리는 '시카고'는 코로나19 여파로 순회공연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재개했다. '시카고'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한국 공연은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선보여진 무대는 절제와 화끈 이라는 상반된 단어를 동시에 선보인다. 관능적이고 섹시한 몸짓과 하모니가 쉴 틈 없이 펼쳐진다.

'시카고'는 남편과 그와 바람을 피운 여동생을 모두 살해한 벨마 켈리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불륜남을 죽인 혐의로 수감된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살인범에서 유명 가수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농염한 재즈 선율과 갱 문화가 만연했던 1920년대 격동기의 미국 시카고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두 여성이 사람들을 현혹해 재판의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려는 모습을 통해 배금주의와 황색 언론 등 부패한 미국 사회상을 드러낸다.



'시카고'는 지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이자 희곡 작가 모린 댈러스 왓킨스가 1926년 세간의 시선을 끈 쿡 카운티 재판에서 영감을 얻어 쓴 연극이 원작이다. 이를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안무가 밥 포시가 1975년 뮤지컬로 만들었다. 관능의 몸짓 속에서도 통렬한 사회 풍자가 숨어있다.

불륜남을 죽이고 교도소에 수감된 코러스 걸 록시 하트 역에는 케이티 프리덴, 여동생과 남편을 살해한 가수 벨마 켈리에는 로건 플로이드가 발탁됐다. 이들은 언어는 다르지만 완벽한 춤과 노래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시카고'의 메인 넘버인 '올 댓 재즈(All That Jazz)'가 등장할 땐 관객들의 환호성이 나올 정도다.



이들의 열연이 빛난 데에는 14인조 빅밴드의 공이 컸다. 빅밴드의 연주 덕분에 활력 넘치고 감미로운 재즈의 향연이 돋보였다. 튜바, 트럼펫, 트롬본, 피아노, 퍼커션 등의 악기들이 깊이 있는 재즈 사운드가 연출됐다. 현대 뮤지컬이 내세우는 '화려함'과 비교하면 소박한 인상을 주는 무대가 이들 밴드의 사운드로 빈틈없이 풍성해진다.



내한 공연의 특성상 번역 스크린이 사용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지만 '시카고' 팀은 대사의 내용에 맞게 서체를 바꾸는 등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해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올 댓 재즈' 가사가 흘러나오는 장면에서는 재즈바의 로고에 사용되는 것같이 정갈하고 깔끔한 글씨체로, 벨마가 객석을 향해 "안녕 애송이들아"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궁서체의 "XX"가 등장한다. 비속어와 욕설을 내뱉는 장면에서는 휘갈기는 듯한 서체를 보여 대사에 집중하게 했다.

'시카고'는 오는 8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 홀에서 상연된다. 러닝타임은 150분. 14세 이상 관람가.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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