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수소 보조금, 한국은 차에 영국은 수소에

입력 2023-06-07 08:00   수정 2023-06-07 08:54


 -이동 수단보다 연료 보조금이 활성화에 유리

 지난해 영국이 수소 사회 조기 구축을 선언한 것은 전쟁 여파 탓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독립을 추진했고 최종 선택한 에너지는 수소다. 영국은 2030년까지 수소발전을 통해 연간 10GW의 전력을 충당키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5GW는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발전용 수소를 확보하는 수전해 방식이다. 가정과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수소로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한 탈피를 이룬다는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전환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그런데 영국도 고민은 있다. 수소를 통한 청정 전력 확보는 당연히 가야 할 길이지만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추가되는 비싼 수소 가격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수소 연료 보조금이다.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하는 그린,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청록 수소를 만들 때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연료전지를 거쳐 다시 전기로 변환된 후 곳곳에 사용된다. 보조금을 통해 그린 및 청록 수소 가격을 천연가스 수준에 맞추는 게 핵심이다. 

 보조금을 '수소'라는 연료에 지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수소의 다양한 사용성 때문이다. 언제든 전기로 변환시킬 수 있는 만큼 연료 가격을 낮추는 게 수소 확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덕분에 수소로 만든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해도 이용자는 경제적 부담이 없다. 다만, 여전히 비싼 수소 전기차 가격이 걸림돌이지만 이동 수단 가격은 수소 전기차의 활용처를 넓혀  제조사 스스로 경제성을 확보하라고 말한다. 정부가 연료 가격을 낮추면 제조사들의 수소 전기차 개발이 촉진되고 다양한 수소 이동 수단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조물 가격은 내려간다는 전망이 깔려 있다. 

 수소에 보조금을 책정한 영국과 달리 한국은 수소 전기차에 보조금을 준다. 하지만 보조금 지급 대상을 수소 전기차로 한정한 탓에 수소의 확산이 쉽지 않다.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BEV에 충전하는 사업을 하려 해도,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기반으로 수소를 추출해도 판로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비싼 수소 가격 탓에 경제성이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본이 풍부한 일부 에너지 대기업도 수소 확산이 어려운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일부 자치단체가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도 비싼 가격 탓에 사는 곳이 별로 없다. 제 아무리 수소를 만들어도 수소가 확산되지 못하는 근본 배경이다. 

 수소 기업들의 경제성 확보 노력은 다양한 곳에서 시도된다. 대표적으로 수소 생산 스타트업 제로시스는 최근 수소 연료전지로 만든 전기를 배터리 전기차에 충전하는 사업을 곳곳에 제안했지만 번번히 거절됐다. 수소 가격이 비싼 탓에 판매하는 전력 가격도 높은 구조에선 전기차 이용자도 외면할 수 밖에 없어서다. 환경부가 석탄 또는 원자력으로 만든 전력을 급속 기준 1㎾h당 330원에 판매하는데 민간 사업자가 수소 생산 전기를 그보다 비싼 가격에 팔면 누가 쓰겠냐는 것이다. 지금의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모두가 획일적으로 한전에서 전기를 구입해 판매하는 유통 사업인 반면 수소 전기 충전 사업은 사업자가 직접 '발전-판매'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형태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유통은 한전에 맡겨야 한다. 겉으로는 수소 사회를 외치지만 수소 사회로 가는 길목은 '화석연료' 시대의 유물적 제도들이 모두 막고 있어 에너지 독립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 스스로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수소 사회를 내세우는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그래서 한국도 영국처럼 '수소'라는 연료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동시에 수소 연료발전을 통한 배터리 전기차 충전은 한전의 전력 유통에서 제외 시킬 필요도 높아지고 있다. 보조금을 받은 수소로 전기를 만들고, 해당 전기로 배터리 전기차를 충전하면 수소 사용이 늘어 생산 기업도 확대된다. 이를 통해 수소 대량 시대에 들어서면 제조사가 수소 이동 수단을 내놓는 부담마저 줄어든다. 수소 연료전지와 배터리의 하이브리드를 내놓을 수도 있다. 

 얼마 전 환경부에 질문을 던져봤다. 수소 연료전지와 배터리가 탑재된 수소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하면 수소전기차 보조금을 주는지, 아니면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지 말이다. 등장하지 않았으니 생각도 안 해봤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럼에도 기업에선 자꾸 물어본다. 그렇다면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 전기차에 공급하면 수소에 보조금을 주는지 아니면 수소로 만든 전기에 보조금을 주는지 말이다. 여전히 수소는 정책 방향에 따라 기업의 참여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직 답변은 나오지 않았지만 글로벌에서 한국이 수소를 통해 에너지 독립을 하려는 것과 국내 여러 수소 기업들이 한전의 발전-판매 구조를 벗어나 독립하려는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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